문학 수업할 때 가장 소중한 게 좋은 펜과 두터운 노트였다. 기록했던 문장 중에, `세상에서 가장 힘센 수력(水力)이 여자의 눈물`이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그런 문장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게 또 있다. `남자는 웃음으로 속이고, 여자는 눈물로 속인다`는 말. 서사적 사건 속에 어떠한 속임수를 감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우선으로 준비하지만, 그냥 웃기려고만 하면 개그인데, 요즘엔 배우뿐 아니라 대통령까지도 개그에 등장한다.

수력은 수증기가 증발하여 구름이 되었다가 비로 쏟아지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빗물은 들판을 적셨다가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것이 도중에 햇빛을 받아 증발되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 대자연의 순환을 이룬다. 목 화 토 금 수의 순행이 바로 사는 이치다. 특히 우리가 사는 곳에는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물은 흐름을 바꿔 발전기를 돌리기도 하지만, 정상을 벗어나 탈이 생기면 무엇보다 위험한 게 물이다. 역사의 기록을 보면 인류 문명은 강과 함께 살고 죽은 흔적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강이 많이 아프다. `환경정화와 녹색 일자리`로 감춘 부패한 정치의 결과가 잔뜩 남아 있는 상태다. 처음에는 하지 말라니까 `않겠다`는 약속까지 해놓고, 슬그머니 말 잘 듣는 언론과 사이비 학자를 앞세워 꼼수를 썼다. 왜 그 정부는 나중에 어쩌려고 해선 안 될 일을 가지고 그렇게 억지를 부렸을까?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야 했던 것처럼` 그때는 반드시 강을 파고 뒤집어야 할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깨끗하게 살아 있는 강이 만들어지면 삶은 누가 정치를 맡든 제대로 된 모습이 나온다. 평화가 그려진다. 내게 강 같은 평화는 언제쯤 오게 될까? 강은 본래 제 마음대로 깊고 얕은 곳을 만들고, 모래와 자갈이 있는 여울을 지나, 물에 사는 수초와 나무뿌리들을 어루만지며 흘러가야 한다. 미꾸라지나 메기, 붕어나 잉어는 물론이고 피라미와 모래무지, 꺽지와 쏘가리, 각시붕어, 납자루, 송사리, 돌고기, 쉬리가 함께 노니는 곳이어야 한다. 더러운 강은 결코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 못한다. 제멋대로 흐름 막고 하천부지에 보기 좋은 공원 만들었다고 될 일이 아니다. 흐름을 막으면 그 순간부터 우리 삶은 더러워지고 불화가 생긴다. 우리 강에 설치한 수많은 보를 어떻게 헐어버릴지 모르지만 새 정부는 어서 빨리 강을 되돌리는 일에 큰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연용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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