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신의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는 이미 이뤄진 상황이다. 정치권도 지난 1월 국회 개헌특위를 출범시켜 개헌을 논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대선 전 국회 개헌특위 토론회에서 참석해 개헌의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 배분과 자치분권, 국민기본권 확충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개헌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개헌이 공론화되면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도 있다. 그것은 세종시 행정수도에 대한 언급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고 미래부와 행자부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으나 아직까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겠다고 확실하게 밝힌 바는 없다. 현재 세종시의 정체성은 애매모호하다. 정부의 많은 기능이 이전했지만 국가의 대사를 결정짓는 핵심 기능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와 국회, 각 부처를 이전시키고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증대되고 있지만 법적 뒷받침이 부족한 상태다. 개헌안에 세종시 문제가 담겨야 하는 이유다.

이제 문 대통령은 세종시 행정수도와 관련 모호한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는 참여정부가 주춧돌을 놓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들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만들 책임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의 잣대를 들이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좌절된 신행정수도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될 것이다. 개헌안에 행정수도의 근거를 마련하고 세종시의 본래 기능과 위상을 정립하는 데는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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