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부부생활 풍속도 下

"이혼대신 `휴혼`을 선택하는 건 어떠세요?"

이혼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 `이유가 있으면 해야 하는 것`으로 선택의 기준이 바뀌면서 이혼율은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부부 사이에 이혼을 쉽게 결정하고 그로 인한 자녀 양육이 취약해지면서 사회적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로 자녀들이 상처를 받게 되고 또 다른 가정 문제를 양산하게 되면서 사회 구조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이혼한 가정 가운데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은 48.4%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부부가 이혼 등의 극단적 선택보다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한편, 위기에 놓인 가정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이혼조정위원회나 부부상담센터 등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별거처럼 잠시 떨어지는 휴혼 등도 권고해볼 만한 사항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1부장은 "이혼율이 높은 것은 혼인은 영속적이라는 사고가 변하고 부부 간 문제가 생겼을 때 혼인관계 유지 여부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바뀌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혼했을 때 당사자 간 법적·경제적 문제나 자녀의 상처 등을 감안했을 때, 부부상담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통계를 보면 이혼 후 후회하는 비율도 높은 편이어서 결정까지의 숙고기간, 부부관계 회복 의지, 휴혼 등의 대안을 최대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부장이 대안 중 하나로 지목한 휴혼은 요즈음 새롭게 등장한 말로, 졸혼이 결혼 졸업이라면 휴혼은 결혼 휴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기간 동안 가족 부양을 하느라고 힘들게 살아 왔던 사람이 일정기간 휴식기간을 갖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사생활을 즐기자는 것이다.

한 TV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업을 선언하고 집을 떠나기도 했는데, 휴혼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대학교수들이 6개월 내지 1년간의 안식년을 갖고 재충전하고 돌아온 뒤 교수생활에 더욱 매진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덧붙인다.

마찬가지로 결혼생활에도 휴식 기간을 갖게 되면 개인 생활을 누리고 돌아와 새로운 기분으로 결혼생활에 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휴혼은 황혼이혼 위기에 놓인 노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의 부부에게 적용될 수 있다.

한편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한 15만 건의 이혼상담 통계분석에 따르면 이혼 사유로는 남녀 모두 `장기별거`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중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성격차이,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강요, 경제무능력 등의 사유가 뒤를 이었다.

통계청의 최근 5년간 혼인·이혼통계를 보면 전국의 이혼 건수는 2012년 11만4316건, 2013년 11만5292건, 2014년 11만5510건, 2015년 10만9153건, 지난해 10만7328건 등 해마다 10만 건을 웃돌고 있다. 이혼 부부의 평균혼인지속기간은 14년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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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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