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양은 설표의 몸무게와 거의 같은 가축동물에게 사용하게 규정되어 있는 양의 마취제를 설표에게 서너 번에 걸쳐 주입하면서 설표의 상처를 봉합했다. 설표는 처음에는 반항했으나 주입하는 마취제가 많아지자 얌전하게 시술을 받았다. 설표는 그 시술로 외상은 치유될 것이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외상이 치유된 암컷을 어떻게 수컷과 교미시켜 임신을 시킬 것인가.

마드리드양은 봉합 시술을 끝낸 암컷도 수컷도 분리시켜 다른 방에 수용시켰다.

수컷도 암컷이 같은 방에 있는 것은 그들의 교미를 촉진시킬 수도 있으나 도리어 지연시킬 수도 있었다. 특히 그때 리치동물원에서 사육하고있던 설표들처럼 교미의 경험이 없는 암수들은 너무 급하게 교미를 하려다가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마드리드양은 그때까지 합방이 되어 있던 두 마리를 분리시켜 암컷은 혼자 조용하게 지내도록 했고 수컷도 옆방에서 지내도록 했다.

그래서 설표의 암수는 붙어 있는 우리의 다른 방에서 상대를 보면서 지내도록 되었고 서로의 몸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효과는 있었다.

수컷과 분리하여 옆방에 수용된 암컷은 처음에는 옆방에 있는 수컷이 두려운 듯 멀리 떨어져있다가 상처가 치유되자 옆방 우리에 접근하여 수컷의 몸에 자기 몸을 붙이듯 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꼬리를 들어 올렸다. 길이가 1m나 되는 꼬리를 들어 올리면 자기의 생식기를 수컷에게 보이게 하여 교미를 하자는 신호가 된다.

"됐어."

리치동물원원장이 말했다.

멀지 않아 암수 설표의 교미가 이루어질 것 같았고 귀여운 새끼가 나올 것 같았다.

마드리드양이 영국 리치동물원의 야생동물 전문 수의사로 임명된 지 석 달만에 리치동물원에는 야생동물전문병원이 설립되었다. 종래 병이 걸려도 치료해줄 의사가 없던 야생동물들에게도 세계 최초로 치료의 손길이 미친 것이었다.

신설된 야생동물병원에는 일반 가축병원에 있는 진료 과목이 거의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 병원은 리치동물원뿐만 아니라 영국에 있는 모든 동물원에 수용된 야생동물들까지 돌봐 주게 되어 있었다.

신설된 야생동물병원의 야생동물 전문 수의사에는 마드리드양이 임명되고 마드리드양은 동물병원의 소장직도 대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리치동물원에 신설된 야생동물 전문병원은 야생동물들의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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