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보금자리인 집을 새롭게 마련하고 들어갈 때 우리는 `집들이`를 한다. 이때 우리는 성냥이나, 양초를 사가지고 가는데, 집을 새로 짓거나 구입한다는 자체가 워낙 어려운 과정이기에 위로 차 방문해 앞으로 성냥불같이 사업이 번창하고, 꾸준히 타오르라는 의미도 있고, 예전에 가정용 전기 공급이 원만하지 못할 때 정전이 되면 비상시 사용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래에는 휴지나, 세재 등 생필품으로 바뀌어 깨끗하게 청결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1970년대 필자가 해외건설 붐을 타고 인도네시아 현장에 근무 할 때 일이다. 적도가 지나가는 열대지방이라 살인적인 무더위를 그렸는데, 그늘 밑에만 들어가면 시원하게 적도 방향으로 흐르는 무역풍 덕분에 견딜 만 했다. 처음 보르네오 섬에 도착해 민박 숙소를 정하고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가, 천정에 붙어있는 도마뱀 같이 생긴 파충류 두 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잠든 사이에 저 도마뱀이 내 위로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으로 헤매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나와 놀란 가슴으로 어제 밤에 본 도마뱀 이야기를 물어봤다. 내 이야기를 들은 현지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모습으로 응답하길, 그 파충류의 이름은 `떼떽(Tetek)`으로 집안에 있는 파리나 모기를 잡아먹는 익충이기에 이곳에서는 `집들이` 할 때 선물로 잡아다 풀어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서보르네오주(Kalimantan Barat)의 주도인 폰티아나크 인근 마을에서 사무실을 대청소 하려고 판자벽에 붙여놓은 걸이장식을 떼다 보니, 장식 뒤 안벽에 떼떽 한 마리가 꼬리에 못이 박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청소를 멈추고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나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즈음 떼떽 한마리가 조심히 주변을 살피면서 몰래 다가와서, 못에 박혀 못 움직이는 떼떽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래서 지난해에 이 장식을 설치 할 때부터 한쪽 다리가 우연히 못에 박혀서 움직이지 못한 떼떽을 다른 동료들이 일 년 넘게 먹이를 물어다 준 것을 알게 됐다 한다. 하찮은 파충류이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동료에게 먹이를 물어다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무런 판단력이 없을 것 같은 떼떽이 무슨 뜻으로 그 동안 먹이를 물어다줬을까 상상을 해보니,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조차도 모르는 동물들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가는데, 만물의 영장임을 자부하는 우리가 못 박힌 우리의 주변을 돌보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노약자를 도와주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덕목인줄 모르고, 어려운 경제 탓만 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유병우 (주)씨엔유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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