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열
임종열
놀 거리도, 즐길 거리도 변변치 않던 시절에는 국민적 관심사를 하나로 묶어내는 일이 지금보다는 훨씬 용이했다. 무언가 국가적 행사가 벌어지면 대부분 국민들은 그 행사에 집중했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그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은 신바람 났고 그로 인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뛰어넘는 초월적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것을 국민총화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초라한 일상이었지만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 시절 경험한 푸근하고 가슴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반세기 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면 전국체육대회나 소년체육대회 같은 국가적 스포츠 대전은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 만점의 행사였다. 모든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고 행사는 진행됐다.

그러나 우리의 눈높이가 부쩍 올라가며 엘리트체육은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난 초라한 존재가 됐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한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를 치러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체육의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국민적 눈높이도 덩달아 올라가 이제는 국내 대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낮아졌다. 인기 위주의 프로스포츠가 정착한 것도 일반체육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리는 이유가 됐다.

다수의 국민들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선전하는 대표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한 감동을 느끼고 애정과 관심을 보낸다. 그러나 같은 선수들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펼치는 국내대회에는 그 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인들은 국민적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사기가 고양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스포츠인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국내스포츠의 경쟁 구도를 뚫고 올라선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국제대회에 나가 국민들 가슴에 희망과 감동을 전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다수는 국민적 무관심 속에 이미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지금과 같이 떨어진 사기로는 국제대회에 나가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들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국민적 애정과 관심, 그리고 국내스포츠를 아끼는 마음이다.

국내 스포츠 대전의 양대 탐이라 할 수 있는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각각 봄과 가을에 열린다. 이 두 대회를 통해 수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발굴되고 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된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들 꿈나무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안기지 않는다. 경기장을 가보면 너무도 초라한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된다, 방송이나 신문 등 매체들의 관심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체육의 장밋빛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새싹 때부터 열심히 물을 주고 정성껏 보살펴 주어야 훗날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새싹이 자라는 과정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열매에만 관심을 갖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훈련에 임하고 있는 어린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주는 애정 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 곧 소년체전이 개막된다. 이 대회를 통해 전국의 스포츠 꿈나무들이 발굴될 것이고 이들이 훗날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프로스포츠도 없고, 대규모 국제경기에서 변변한 실력을 올리지 못하던 시절, 국내 스포츠 행사에 가졌던 그 애정 어린 관심을 이번 소년체전에 가져보면 어떨까. 나아가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우리 대전시 선수단을 위해 복청껏 응원가를 불러주면 어떨까. 그것이 한국체육을 사랑하는 진정한 모습이 될 것이다.

임종열 <대전시체육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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