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서울중앙지검 지능범죄수사 1팀입니다. 전화 받으신 분이 명의 도용을 당하셨는데 조사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본인께서는 최근 신분증이나 여권, 지갑, 휴대전화를 분실한 적이 있으십니까?"

지난 1월 A씨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능범죄수사 1팀 소속 수사관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다.

수사관은 곧 검사를 바꿔줬고, 그 검사는 A씨 명의의 통장이 사기단 검거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의 안전 계좌로 송금을 하면 확인하고 돈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수상함을 느낀 A씨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너머의 `검사`와 `수사관`은 한 사람이 목소리를 바꿔 연기한 동일인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성분석을 통해 과거 저질렀던 보이스 피싱 범행마저 드러나고 말았다.

금융기관과 관공서를 사칭해 수 억원을 가로챈 보이스 피싱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사기 등)로 중국 콜센터 피싱책인 B(36)씨와, 또 다른 콜센터 조직 인출책 C(23)씨 등 27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가 활동한 중국 천진 지역의 콜센터는 `고금리 대출금을 저금리로 대환 대출해 줄테니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라`고 피해자들을 속이거나, 인터넷 전화 대신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7명으로부터 6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2015년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저장된 보이스피싱 데이터 베이스인 `그놈 목소리`에 범행 정황이 다수 저장돼있었던 것이다.

범행 수법이 동일한 점에 착안한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다수의 음성파일을 국립과학수사원에 의뢰해 분석했다.

그 결과 `그놈 목소리`에 저장된 데이터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피의자들의 음성분석이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콜센터 피싱책 10명이 과거에 저질렀던 범행까지 추가적으로 밝혀냈다.

박남인 국과수 디지털분석과 연구사는 "주변 소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이스피싱 음성분석은 90% 정도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노세호 충남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강력 사건에 DNA분석을 활용하듯, 보이스 피싱도 이미 확보된 음성자료를 바탕으로 과거의 범행까지 규명할 수 있다"며 "보이스 피싱으로 의심될 경우 반드시 녹음해 경찰과 금감원에 신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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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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