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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날] 이혼은 싫고 혼자는 있고 싶고

2017-05-18기사 편집 2017-05-18 17:13:05

대전일보 > 사회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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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부부생활 풍속도 中

얼마 전 직장에서 퇴직한 권모(59·여) 씨는 '졸혼(卒婚)'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남편과 각방을 쓴 지는 오래이고 아들과 딸이 모두 출가한 5년 전부터는 집에서도 말 한마디 섞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다. 각자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젠 부부가 아니라 동거인 같은 느낌만 든다. 권 씨는 "어쩌다 대화를 하긴 하는데 즐겁지가 않다"면서 "부부관계를 깨지 않고 내 삶을 찾고 싶어 졸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 백년해로'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지난 해 말 한 배우가 방송에서 고백해 국내에서도 사회적 화제를 모은 졸혼은 달라진 부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이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이다. 일본 여류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출판한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비롯된 말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풍속이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모바일로 미혼남녀 5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60%가 졸혼 문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결혼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57%)가 제일 많았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非婚), 나이가 들어 늦게 결혼하는 만혼(晩婚)도 졸혼과 함께 신조어로 등장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모(50·여) 씨는 지난해 결혼했다. 남편 역시 50대였지만 둘 다 초혼이었다. 김 씨는 "일하면서 결혼 시기를 놓치면서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인연이 돼 결혼에 이르렀다"면서 "비혼주의라기보다는 여러 사정으로 결혼시기가 늦어지는 주변인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9%로, 2010년 64.7%가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던 것과 비교해 5년 새 13%포인트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 세태의 원인을 과거보다 평등해진 부부관계 등에서 찾았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에도 결혼 과정 등에서 빚어진 마찰이 많았지만 함께 살 때는 거의 표현을 안 했었던 것뿐"이라며 "현재 사회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면서 졸혼 등의 신조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새로운 가정 문화가 전통적 개념의 가족을 해체시켜 구성원들의 유대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전 교수는 "가족의 기능과 가치는 변하는 사회 속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삶의 방식의 변화가 고유의 기능을 무너뜨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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