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으로 혼자놀기

이 책은 현충사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압권이다.

저자는 매주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아가 걷고, 사색하고, 사진을 찍으며 1년을 보내면서 시·공간을 초월해 이순신 장군과 교감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았다. 혼자 놀기는 인간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것도 맞지만, 혼자 놀며 익혀야 하는 요소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좋아하는 사진 작업을 계속하면서 영역을 확대할 방법을 찾다가 인문학의 길로 들어섰다고 고백한다. 사진에 인문학적 깊이를 더하며 꾸준히 작업하고, 한 가지 프로젝트를 마칠 때마다 그 성과를 책으로 엮어 내기를 반복하다 보면 사진가의 길을 더 오래 걸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해서 저자는 지난 1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홀로 현충사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찍은 사진과 홀로 사색하며 정리한 생각들을 엮어 마침내 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현충사가 자리 잡은 곳은 원래 이순신 장군이 혼인을 한 후 무예를 연마하며 구국의 역량을 기르던 장소였다. 훗날 이 뜻깊은 장소에 사당을 세운 것이 바로 현충사다.

저자는 현충사를 벗어나 멀리 남도 땅, 전남 영암까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저자와 같은 현 씨 일가 중에 현 건·현덕승 두 분이 이순신 장군과 편지를 주고받은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서구림리에 있는 연주 현씨 종가에서 이순신 장군이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자신의 조상과 이순신 장군이 어떤 사이였을지 짐작해 본다. 그리고 어쩌면 먼 옛날 조상의 인연이 자신에게까지 희미하게나마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사진작가의 책답게 이 책에는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미 다녀온 적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사진을 통해 현충사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며 아직 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간을 내서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연둣빛 싱그러운 늦봄이나 단풍 짙은 가을에, 또는 소복이 눈 쌓인 겨울날에 현충사에 가 보자. 그리고 이 책에 담긴 풍경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자.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호창 기자

현새로 글·사진/ 길나섬/ 156쪽/ 1만 5000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호창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