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작은 것들의 역습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2011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2015년) 사태.`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와 사고들에 관한 피해가 갈수록 강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지구 한쪽에서는 초강력 태풍과 폭우·홍수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독한 가뭄으로 고통을 받는 등 환경재앙이 눈에 띄게 독해지고 있다. 이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 피해 정도가 커서 한번 발생하면 쉽게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점, 피해 대상이 실제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이 아닌, 약자들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피해 원인이 `작은 것`들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핵, 바이러스, 탄소. 저자들이 이것들을 다루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자들은 지구 동적 평형, 즉 지구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 주목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겉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과정을 통해 평형을 이루는데 이 과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보이지 않는 내부에서는 온갖 복잡한 반응이 일어난다. 지구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 호흡, 에너지의 생성과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주인공을 핵과 바이러스와 탄소로 보았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이다. 바이러스는 보통 생물종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곤 했는데 무분별한 개발, 정복 전쟁, 공장식 사육 등으로 퍼지는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결국 이 모든 것에 근본 원인은 인간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반감되는 데 수십, 수백 년이 걸리는 방사성 원소를 인공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을 반으로 쪼개어 에너지를 내는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도 인간이다. 그러므로 저자들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환경감수성을 높이는 데 중심을 뒀다. 각 장마다 앞부분이나 뒷부분에 주제를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실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희생당한 직원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꼭지나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토대로 쓴 꼭지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지구 환경 문제의 상황과 원인에 대해 대화 형식으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청소년들의 시선으로 궁금한 점들을 풀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어려운 과학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질문들을 통해 진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에 있다.

저자들은 `작은 것`들로 인한 피해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그것에 앞서 지구를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하는 환경감수성을 갖고 일상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호창 기자

김경태, 김추령 지음/ 단비/ 232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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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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