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석조저택 살인사건2
석조저택 살인사건2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미국의 추리 작가 빌 S. 밸린저가 1955년에 발표한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 추리스릴러물이다.

때는 1945년 해방 직후 경성. 마술사 이석진 앞에 한 아가씨가 나타난다. 이석진(고수)은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행복한 생활도 잠시. 아내는 의문의 추락사를 당하고, 그는 그것이 타살임을 직감한다. 그때부터 이석진은 마술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범인을 쫓기 시작하는데…. 그의 치밀한 복수극은 일찍이 어떤 작가도 흉내내지 못했던 결말을 맞이한다.

영화는 거대한 석조주택에서 두 남자가 마주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비가 오는 캄캄한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증거라곤 잘려진 손가락뿐.

영화 원작은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만큼 신선한 스토리를 가졌지만 이미 이런 류의 소설은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진실의 조각을 찾는 스릴러물의 전형적 스토리지만 탄탄한 원작 덕분에 지루함은 덜하다.

영화는 진실의 조각을 시간 순대로 그리지 않고 법정, 최승만과 남도진 이야기를 교차 편집한다. 연출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준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외국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에 무대를 국내로 옮기면서는 배경과 등장인물 등이 달라지고 제목 역시 석조저택 살인사건으로 좀 더 미스터리함을 풍기고 있다. 특히 원작의 배경이 달라지면서 우리나라에 맞게 설정한 스토리는 감독의 영리함을 보여준다. 이미 다른 영화에서 보여진 기법인데다 결말의 반전 역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을 연출력으로 커버했다.

영화는 그 살인사건 이전에 끊어낼 수 없는 악연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까지 심층적인 구조로 구성돼 관객들에게 캐릭터들의 감정을 따라가며 즐기는 서스펜스만의 묘미도 제공한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시간적으로 허덕이는 모습을 보인다. 반전의 클라이막스에서 연출은 왠일인지 배우의 대사에 맡겨버린다. 등장인물이 사건을 직접 말로 설명하면서 볼거리는 없어지고 긴장은 풀어져버린다.

연기 변신을 시도한 고수는 작품 속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했다. 고수의 잘생긴 얼굴은 복수를 꿈꾸며 일부러 망가뜨린 주인공의 모습의 사실성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관객은 캐릭터의 변화라는 연극적 요소로만 스토리를 이어나가게 되면서 몰입도가 떨어진다. 고수의 목소리 연기와 외모가 물과 기름처럼 섞어지지 못해 어색함만 흐른다.

반면 김주혁의 시니컬한 표정과 사이코패스 연기는 나올 때마다 압도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변호사로 나오는 문성근과 기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탄탄한 연기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로 장악한다.

미스터리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지는 장면에서는 당시의 과학수사와 증거로 피의자를 압박해가는 장면이 볼거리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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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저택 살인사건
석조저택 살인사건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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