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조(목적)에 의하면 동법의 목적은 명확하다. 즉,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해 사회통합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복지정책과 제도의 지향점은 단연 장애인의 사회통합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논하는 장애인의 사회통합이란 차별 또는 배제 당하지 않고 비장애인처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살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동등하게 지역사회에 완전히 통합돼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수준 이상의 제도적 및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즉,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감에 있어 열악한 교육 및 소득수준, 사회적 인식의 차별과 무관심 등으로 인해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그 출발선상이 다르다. 따라서 그 출발선 상에 있어서 장애인이 뒤쳐져 있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의 제도적 및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원의 핵심이 바로 공공부문으로서 국가의 예산지원이란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장애인의 고용, 소득, 의료 및 일상생활 등에 대한 국가의 예산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통합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의 사회통합 수준이 향상된 것 또한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은 매우 소원한 일이다. 그 의미는 장애인의 사회통합 달성여부와 직결돼 있는 기존의 국가예산 제도만을 통해서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의 실현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또 다른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장애인지예산제도라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이 여성만을 위한 예산 편성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라는 목적을 가진 예산제도인 것처럼, 장애인지예산 또한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편성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예산제도이다. 즉, 장애인지예산은 예산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미치는 효과를 예산과정에서 고려해 자원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으로서, 장애 영역에서 기존의 시혜차원의 접근이 아닌 인권에 바탕을 둔 관점에서 장애인의 시설과 자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장애인지예산에 대한 정당성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적절한 예산 분배가 없이는,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 권리나 복지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즉, 적절한 예산분배가 없이는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며, 기존의 국가예산 제도를 통해서는 적절한 예산 분배를 이끌어낼 수 없기에 장애인지예산제도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애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서울시에서는 최근에 전국에서 최초로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고,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도 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에도 연구로만 그치고 그 후속작업이 이뤄지진 못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장애인지예산제도가 실현되기 위한 핵심적인 선결과제가 있는데 바로 모든 통계DB에 장애분리코드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통계 DB에 장애코드를 포함시켜서 각각의 통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각종 정책과 사업에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알기로 지방정부가 관리하는 통계DB에 장애코드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정책과 사업에 장애인이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 지를 확인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대전시가 전국에서 모범적인 장애친화도시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대전시가 다른 시도보다 앞서서 장애인지예산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핵심적인 과제인 대전시가 관리하는 모든 통계DB에 장애구분 코드를 포함시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대전시가 제공하는 각종 정책과 사업에 장애인의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 지 현황을 파악해, 장애인의 진정한 사회통합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대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동기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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