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논 염도 높아 물 많이 필요 …보령댐 준공 이후 최저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보령댐 저수율이 16일 현재 11.4%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상류지역이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신호철 기자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보령댐 저수율이 16일 현재 11.4%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상류지역이 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신호철 기자
"앞으로 4-5일 안에 충분한 비가 안 오믄, 논을 갈아엎고 다시 파종을 해야 해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디, 큰일났슈."

17일 충남 보령 남포 간척지에서 만난 농민 김모씨는 마른 논을 가리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넓은 남포 간척지 논과 농수로는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말라 있었다.

김씨는 "지난 13일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10일에 논에 직접 볍씨를 뿌리는 `직파`를 했는데 비가 오지 않아 물을 댈수가 없다"며 "신간척지 주변 10여ha는 부사호에서 용수를 공급받지 못해 농민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김씨의 말처럼 메마른 논에 모내기를 할 수 없다보니 모내기에 사용될 모들도 종묘장(種苗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종묘장 한 관계자는 "내달 5일까지 농민들에게 묘를 공급해야 하는데, 농민들이 모내기를 미루면서 종묘장에 묘가 쌓여 있다"며 "묘를 더이상 생산할 수 없어 비가오면 묘 부족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보령과 서천을 연결한 부사방조제의 부사지구 논경지는 더욱 심각했다.

이 일대 논 대부분은 먼지만 날리는 상태로 방치돼 있을 뿐, 모를 심은 논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면 염도가 1000ppm 이하여야 하지만 논에 물을 대주는 부사호의 염도가 2900ppm에 달해 논에 물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보령지사 한 관계자는 "부사호의 담수량은 200만t으로 2900ppm에서 1000ppm으로 염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100만t을 방류하고 새로 100만t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200㎜ 이상 집중호우가 와야 가능하다"며 "염도를 낮추지 않고 이대로 물을 공급하면 어린모는 모두 말라죽게 된다"고 말했다.

보령댐으로 향하는 농촌 곳곳의 밭 작물들도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밭에 심은 고구마는 잎이 바짝 말라 있었으며 이 마저도 반은 심지도 못한 채 메마른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고추를 심기 위해 비닐을 덮어 둔 논 밭 역시 고추는 심어져 있지 않고 밭을 일구는 농민들의 모습 역시 찾기 힘들었다.

보령댐도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 1998년 다목적댐으로 건설된 보령댐은 보령시를 비롯해 서천, 청양, 홍성, 예산, 서산, 태안, 당진 등 충남서북부 지역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으나 준공 후 연일 최저의 저수율을 기록하며 이날 현재 11.3%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인 2007년 15.1%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한급수 조치가 내려졌던 2015년 11월 7일 저수율은 18.9%였다.

보령댐 한 관계자는 "금강에서 도수로를 이용해 하루 최대 11만5000t을 유입하고 있으나 방출량은 하루 최대 26만3000t 물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오는 6월까지 큰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식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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