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눈 두 개는 킹코브라의 등에 있었는데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만큼이나 컸다. 그 킹코브라는 철망을 사이에 두고 바로 노부인의 눈앞에서 등을 돌려 그 가짜 눈으로 노부인을 위협했다. 노부인은 그만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해 버렸는데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놀라서 죽은 것이었다.

리치동물원에는 괴물스러운 모습과 행동으로 사람을 기절시키거나 죽이는 괴물동물이 또 있었다. 고릴라였다. 고릴라는 로랜드 고릴라와 삼림 고릴라 두 종류가 있었는데 양쪽 모두 길고 거친 털에 덮여 있고 대가리 위쪽이 크게 불거져 있고 벌건 핏줄이 선 눈과 퍼져 있는 코와 큰 아가리를 갖고 있었다. 키는 사람만큼 크지만 근육덩이인 몸의 무게는 두 배나 된다. 긴 앞발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어 사람 팔 굵기의 나뭇가지쯤은 쉽게 부러뜨렸다. 고릴라는 성미가 거칠고 호전적인 맹수라는 소문이었다. 특히 고릴라는 사람을 싫어해 사람을 보기만 하면 덮어놓고 덤벼들어 앞발로 후려치거나 몸으로 부딪쳐 죽인다는 말이었다.

사실 리치동물원에 온 고릴라도 놈이 수용된 우리 앞으로 관객들이 접근하면 덮어놓고 덤벼들었다. 물론 우리에는 철판문과 철봉으로 차단되어 있었으나 그래도 관객들이 기겁을 했다. 고릴라는 우리의 철판문에 부딪쳐 그 쾅 하는 소리가 관객들을 기절시켰다.

그렇다고 야생동물들을 사람들에게 구경시키기 위해 만든 동물원에서 고릴라를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동물원 원장이 그 고릴라의 난폭한 성미를 고칠 수가 없는지를 마드리드양에게 상의했다.

마드리드양은 그 일은 할 수 없었으나 야생동물을 사로잡는 일을 전업으로 삼고 있는 가르토가 그 일을 맡았다.

가르토는 야생 고릴라의 성미가 거친 호전적인 맹수로 알려지고 있었으나 사실은 그 반대였다. 고릴라는 보기와는 달리 겁이 많은 동물이었다. 겁이 많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상대가 접근해오면 자기가 먼저 발작을 일으켜 상대에게 덤벼드는 시늉을 하면서 앞발로 자기의 가슴을 북처럼 두둘긴다. 유명한 고릴라의 가슴 북 치기였다. 그러면 관광객은 그 북소리와 고릴라가 철문에 부딪치는 쾅 하는 소리에 놀라 그만 기절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야생생활에서는 고릴라는 가슴을 치고 북을 치면서 사람들 바로 앞까지 돌진하면 급정지를 하고 몸을 돌려 도망가버린다. 실제로 고릴라에게 당해 죽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