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요섭 개인展

백요섭 작-안료와 빛의 삼원색에 관한 기억실험1,oil on canvas, 163.3 x 130.2cm, 2017
백요섭 작-안료와 빛의 삼원색에 관한 기억실험1,oil on canvas, 163.3 x 130.2cm, 2017
재료를 캔버스에 쌓아 색다른 화법을 보이는 작가 백요섭이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과거 예술 활동을 포함한 전반적인 삶에 있어,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백요섭은 과연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의도와 개념이 실재로 의미화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비가시적 의미의 실체는 무엇이며, 타인에게 어떻게 수용되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의문은 백 작가의 내적 창작의 동기가 됐으며,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기도 했다고 덧붙인다.

백 작가는 사라지지 않는 이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과거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관념에서 탈피해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그는 구체적 접근의 시작을 위해 `물질(안료)`을 캔버스에 쌓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시각이미지를 회피한 채 `물질(안료)`을 덮고, 긁고, 걷어내고, 닦아내고, 다시 덮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방식은 다분히 이미지를 배제한 채 시각과 지각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실험으로 얻어진 과정과 기록은 기존의 경직되고 의도 되어진 이미지의 관념을 유연하게 풀어 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다.

백 작가의 작업은 물감을 칠하고 긁어내고 다시 덮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반복 작업을 통해 일률적이지 않게 긁어내진 선들과 그 선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일종의 `중첩화 된 회화 공간`이라고 생각되며, 이러한 추상으로의 발전 경향은 서구 근대회화의 `팔람세스트`(Palimpsest)와도 유사하게 볼 수 있다.

백요섭의 작품은 시각과 지각이 반응하는 실험을 우선 종이에 표현한다. 순간의 감정 혹은 기억을 빠르게 종이에 담는다. 종이에 겹겹이 올려 진 여러 층의 `물질(안료)`의 색을 빠르게 사방으로 긁어내면서 생기는 흔적들을 주목한다. 하루에도 여러 실험이 시도된다. 이것은 각각의 생각과 기억들을 모으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실험적 작업이 모이면 말리기 위해 빨래처럼 쭉 널어놓는다. 결코 의도되지 않은 배치이며 말리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의도되지 않은 배치 속에 그의 시각과 지각이 반응하고 그것을 구현해 내는 실험을 캔버스에 실행한다.

백 작가는 "캔버스에 `물질(안료)`을 덮고, 긁고, 걷어내고, 닦아내고, 다시 덮고 반복적인 실험이 쌓이면서 나의 과거의 기억, 현재의 생각, 감정이 맞닿은 점을 찾는 시도"라고 말했다. 백요섭은 한남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2010년 아시아프(ASYAAF) 선정작가, 2016년 제28회 대전시미술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으며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요섭 작-안료와 빛의 삼원색에 관한 기억실험4,oil on canvas, 116.8 x 72.7cm, 2017
백요섭 작-안료와 빛의 삼원색에 관한 기억실험4,oil on canvas, 116.8 x 72.7cm, 2017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