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외출하기 전 일기예보에서 날씨보다 미세먼지 지수를 먼저 확인하게 된다. 화창한 봄날과 연휴를 맞아 나들이를 나가기 전 그 날의 맑고 흐림보다 미세먼지 농도의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가 돼 버린 것이다. 따스한 햇빛사이로 뿌연 먼지로 뒤덮인 하늘을 보는 날이 많아지고 장시간 외출 후에는 기침이 나고 목도 따끔거린다. 연일 미세먼지에 대한 뉴스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며 이를 위한 대책 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국가적 대처방안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표준화된 예방수칙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1/10 정도의 공기 중에 떠도는 작은 먼지로 크기가 10㎛(PM 10) 이하인 경우를 말하며 2.5㎛이하인 경우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모래나 바위 알갱이에서 나오는 황사는 크기가 1000㎛ 정도인 반면 미세먼지는 그 보다 매우 작고 각종 화학물질과 중금속이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는 코와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 호흡기에 염증을 유발하며 폐기능을 떨어뜨린다.

건강했던 성인들이 잦은 기침을 하거나 급성비염증상과 재채기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 증세를 보이게 되고 평소 폐나 기관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미세먼지가 이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 때마다 입원율이 2.7%, 사망률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부에 흡착돼 트러블을 일으키거나 혈액을 통해 뇌질환이나 심혈관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폐 건강을 지키는 것에는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

우선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해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 실외 활동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 이상이지만 부득이하게 야외 활동을 할 경우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외출 후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 관리를 잘 지켜야 한다.

평상시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기도, 코, 피부 등이 건조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한데 중금속 배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모과차, 오미자차, 옥수수차, 도라지차 등의 한방차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내 공기는 자주 환기 시키는 것보다는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로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더욱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예방 및 개선을 위해서는 면역력 및 폐기능을 강화시키는 치료법을 활용할 수 있다. 폐는 몸의 면역력을 담당하고 있어 외부의 사기(邪氣)가 체내로 침입하는 것을 방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폐가 약해지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각종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이에 한방에서는 `청폐(淸肺)`와 `윤폐(潤肺)`의 방법을 응용해 폐 기능을 보강시킨다. 청폐는 폐를 맑게 한다는 의미로 기관지의 염증이나 이물질을 제거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법을 말하는데 기관지의 점막 및 섬모 운동을 도와 미세먼지 등 이물질을 가래에 실어 몸 밖으로 내보내고 미세먼지가 기관지에 남아 지속적으로 폐를 자극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을 돕는다. 윤폐는 폐를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로 기관지의 점액 분비를 도와 점막을 매끄럽게 하고 이물질의 자극에 과민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 폐 손상을 막는 치료법이다.

임상에서 이러한 목적으로 다용돼 효과를 보이고 있는 한약처방들의 효능이 실험적으로도 규명되고 있다. 호흡기에 사용하는 한약처방들이 대표적인 미세먼지 성분인 석탄 연소입자, 플라이애시, 디젤 배기가스 입자로 구성된 실험적 미세먼지에 노출돼 발생하는 염증 반응, 객담 분비증가 및 기도상피 손상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연구결과 나타났다.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환경 속에서 이러한 연구 성과들과 전통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를 통해 면역력과 폐기능을 개선함으로써 폐 건강은 물론 우리 몸을 보호하는 지혜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양춘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호흡기면역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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