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은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대학이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학력·학벌주의의 쇠태로 인한 진학률 감소, 그리고 글로벌 문화와 빠른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로 압축된다. 이는 대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세상의 큰 변화물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탄생되고 산업혁명을 태동시켜 천년강국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의 번영은 지속적인 교육발전으로 가능하였고,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독일, 일본의 사례에서도 대학의 중요성은 잘 나타나 있다.

80만이 넘던 수험생 수는 출산율 저하로 해마다 급감하여 10년 내에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의 절반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의 교육열은 서양보다 지나치게 강하여 학력·학벌주의로 인한 사회적 폐해와 입시과열도 있었지만 대학의 성장과 함께 오늘의 산업사회로 변화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인 80%의 진학률이 60% 대로 줄었고 해가 갈수록 감소할 전망이다. 또한 인터넷과 인공지능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학문의 분화와 융합이 가속되고 있고 새로운 대학교육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학개혁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의 인재중심나라다.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 "미래사회는 경제력이 아닌 인재가 지배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국가 미래를 담은 대학개혁이 중요하며 선진국의 몇 사례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첫째는 해외유학생 유치와 글로벌 캠퍼스 구축으로 일정 수준의 고급인력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선진국 유지발전을 위해 140만 이상의 최고급 과학기술자 중 상당수를 외국유학생으로 유지하고 있고, 일본과 독일도 100만 명 이상의 핵심 과학자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지원한다.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도 국가발전을 위해 수많은 외국 명문대학 캠퍼스를 유치하여 부족한 인재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둘째는 제도 개혁과 재정지원 확대다. 미국의 유다시티(Udacity)와 같은 기업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맞춤형 사이버교육제도, 영국의 교육기술부를 교육부와 대학·기술 혁신부로의 분할, 그리고 독일이 수년 동안 100조 원 이상을 연구비가 아닌 창업과 기술이전시설인프라구축을 위해 투자한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셋째는 지속적 혁신문화 정착을 위한 경쟁 시스템 도입이다. 대부분 선진국은 이미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에 의한 질 높은 교육과 연구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교수지원 및 대학의 경쟁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상태이지만 우리는 전체 교육부예산 60조 원 중 10%도 못 미치는 예산으로 개혁은 요원한 게 현실이다.

개혁에는 추진 방법에 따라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전략이 있다. 전자는 법률과 정책에 의해 정부 주도의 규제, 폐지, 전환 등을 통해 단기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지만, 포지티브 전략은 장기비전 달성을 위한 민간 중심의 자율적 추진방법이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시킨 입학 정원 감축을 비롯한 축소 위주의 대학개혁사업들은 국가의 미래를 담은 비전달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현안해결 중심의 네거티브 정책들이라 볼 수 있다.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이나 `창조경제`와 같은 시류에 편승한 정책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다. 대학개혁은 정치권과 정부가 대학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책과제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포지티브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폐기되는 정책이 아닌, 국민 컨센서스로 만든 국가 비전을 국책과제로 만들어 실천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하다. 모처럼 정치혼란 속에서 새 대통령을 뽑았다. 국민과 정부 그리고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는 포지티브 전략으로 대학 개혁을 이루어 국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새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얼마 전 세미나에서 한 미국인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개혁은 팀 스포츠"라고. 이원묵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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