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양은 대가리에서부터 탈피를 하고 있는 킹코브라의 탈피를 핀셋으로 도와주면서 눈꺼풀의 껍질을 벗겨주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건 치료행위가 아니라 그저 탈피를 도와준 것 뿐이었다.

그러나 킹코브라가 탈피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드리드양이 천하의 명의로 보였다.

킹코브라는 그래서 눈을 떴으나 다른 병이 또 있었다. 이번에는 내과의 병이었는데 그 뱀은 두 달 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았는데 병명도 알 수 없었다.

마드리드양은 또 이상한 치료를 했다. 그녀는 킹코브라가 있는 우리의 옆에 있는 빈 우리에 얼음덩어리들을 넣어 그 방을 냉동 방으로 만들었다. 킹코브라가 현재 있는 방의 온도는 50도였는데 그 방은 15도로 만들어놓았다.

그러자 또 이상한 일이 생겼다. 20일 동안이나 50도나 되는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던 킹코브라가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냉동 방이 된 옆방으로 기어들어갔다.

웬일일까. 50도나 되는 열대지방에서 사는 파충류가 냉동 방으로 들어가다니….

사실은 그것도 열대에 사는 파충류의 특수한 생태에서 온 행동이었다.

일반 동물들은 자기의 몸 안에서 지방분을 연소시켜 자기의 체온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고 있었으나 뱀 악어 등 파충류에게는 그런 기능이 없었다.

그래서 파충류의 동물은 자기가 이동하면서 자기의 체온을 조절했다. 몸에 열이 필요할 때는 온도가 50도나 되는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면서 외부에서부터 열을 들어오게 했고 그런 높은 열이 필요 없을 때는 물속에 들어가거나 시원한 곳으로 이동하여 열을 빼냈다.

그런데 리치 동물원의 파충류과 우리는 난방이 지나치게 잘 되어 온도가 50도나 되어 변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안에 수용된 킹코브라는 그 온도가 마음에 들어 움직이지 않았다. 자기 몸을 이동시켜 외부에서 온도가 들어오게 하여 체온 조절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뱀은 동물원 당국의 과보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병에 걸렸다. 그 킹코브라는 자연 생활 상태에서처럼 수시로 움직여 체온을 적당히 조절할 수가 없었다.

마드리드양과 가르토는 그걸 알고 킹코브라가 수용되고 있는 옆방에 냉동 방을 만들어주었다. 그러자 그 킹코브라는 자기 몸의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그 옆방으로 기어들어갔다.

물론 냉동 방에 들어간 킹코브라는 추위를 느껴 얼른 전에 있던 방으로 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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