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생물학자들은 원핵생물인 세균과 고세균 그리고 진핵생물로 생물체를 분류한다. 여기서 진핵생물은 다시 원생생물, 균류, 식물, 동물로 구분되는데, 균류는 지구 생태계의 분해자로서 역할을 하는 버섯이나 곰팡이 등이 포함되고, 원생생물에는 미역이나 다시마, 김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식물이 동물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양분을 만든다는 것이다. 자존심이 강하고 부지런하다. 몸의 일부인 가지를 뻗고, 넝쿨로 바위를 기어오르고, 꽃가루나 씨앗을 날리기도 한다. 헐벗은 토양을 수많은 균류들과 함께 비옥하게 만든다. 이런 것들의 도움 없이 우리는 지구에서 살 수 없다.

숲 속에 있으면 건강해진다. 숲의 피톤치드는 해충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지만 사람에게는 득이 된다. 어떤 이는 나무가 생각할 줄 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고 하는데 나도 동의한다. 예를 들어 향나무는 잘 자라지도 않고 둥치의 모양이 울퉁불퉁한데, 속이 편해 보이지 않는다. 벌레의 접근을 영 허락하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성질이 예민하다. 소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싫다 좋다 기색 없이 사철 푸르고 의젓하다. 반면 오동나무는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젖살 오른 송아지 마냥 순하다. 생머리 기른 처녀처럼 버드나무는 수줍고, 야무지기로 말하자면 참나무다.

1만 년 전부터 인류는 열매를 채취하던 손으로 고기와 젖을 얻으려고 동물을 길들였다. 우리가 원하는 자본(capital)이라는 말은 소와 양의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카피타(capita)에서 온 말이다. 자본의 허락으로 우리는 식탁을 위해 엄청난 수의 동물을 살아 있는 채로 매몰한다. 바이러스 전염의 우려가 이유다. 자본가는 비정 때문에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자본을 키우려고 열대우림과 습지를 지도에서 지워버린다. 무소불위의 권력 장막 뒤에 숨어, 영화 `공각기동대`에서나 볼 수 있을, 콘크리트 빌딩의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자본의 힘만 믿는, 허파 없는 인공 지구는 순식간에 숨이 찰 것이다.

호킹 박사는 인류가 멸종하지 않으려면 10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다양한 종(種)과 함께 해야 한다. 황사 마스크를 쓸 게 아니라 숲을 살려야 한다.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 더 절실할 때다. 연용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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