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_권선택_시장님_동정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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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달력의 한 가운데에 스승의 날이 있다. 스승의 은혜를 되새기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다. 학창시절을 보낸 지가 40년이 넘게 지났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스승님이 있고, 스승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저자인 레오 버스카글리아 교수는 스승이란 스스로 다리가 돼 학생들이 건널 수 있게 안내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며 학생들 스스로 다리를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스승의 의미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스승은 지식과 함께 인성을 가르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준다. 제자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준다. 학창시절 뿐 아니라 평생을 살면서 따르고 의지하는 멘토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스승에게 많은 빚을 진 채 살고 있다.

하지만, 요즘 교육현장에서 스승은 그에 걸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무한 경쟁의 입시제도 속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좋은 학원에 가고, 비싼 과외를 받으면 성공하는 것으로 안다. 공교육의 보완재 역할을 했던 사교육이 대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학교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게 된다. 학생을 열정으로 가르치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

또 핵가족화 되면서 자녀들에게 과잉애정을 쏟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지나친 나머지,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행을 하는 인권침해 사례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자신의 직업선택을 후회한다는 교사들의 비율이 20%가 넘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직업보다도 안정성이 높고 선망의 대상인 직종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전형적인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여러 통계도 지금의 상황을 뒷받침해 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 건수는 총 572건으로 전년 대비 17%가 증가했으며, 10년 전에 비해서는 3배 이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5년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 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사위상지수는 OECD국가 중 중국, 그리스, 터키에 이어 4위로 비교적 높았다. 반면에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격세지감으로 느껴진다.

이처럼 병이 깊어진 교육현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살리고, 잃어버린 스승의 자긍심을 되찾아 줘야 한다. 교육은 교사에 의해 이뤄진다. 교사가 행복할 때 교육의 질도 더불어 높아진다. 그리고, 그 수혜자는 다름 아닌 학부모들과 학생들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난주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고 선언하며,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너진 교권을 회복하고, 스승 존경의 전통을 부활시키는 일이다. 교사에게 온전한 교권이 보장되고, 소신껏 교육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교권이 바로서고 스승 존경 풍토가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선택 대전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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