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열 많은 '양인'은 무리한 섭취 금물

옻 순이 올라오는 요즘 옻을 먹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약국에 와서 "옻 먹고 옻 타지 않게 예방하는 약 좀 주세요", "옻이 올랐는데 가라앉히는 약 좀 주세요"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저렇게까지 하며 옻을 먹을 가치가 있을까. 한여름에도 보양식(補陽食)으로 옻닭을 먹는 사람이 많다. 보양식은 말 그대로 양을 보충하는 음식이다. 양(陽)과 상반되는 말은 음(陰)이다.

한방의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을 크게 양인(陽人)과 음인(陰人)으로 나눈다. 속에 열이 있는 사람은 양인이라고 하고, 속이 냉한 사람을 음인이라고 한다. 국수를 먹으면 속이 아프거나 찬 것만 먹으면 설사하는 사람은 음인일 가능성이 있고, 인삼이 잘 받지 않고 더위를 잘 못 참는 사람은 양인일 가능성이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음식이나 약도 그 특성에 따라 크게 양과 음으로 나눈다. 양은 따뜻하고 밝고 활기차지만, 음은 차고 어둡고 소극적인 특징이 있다. 한방에서 옻은 속을 따뜻하게 하는 뜨거운 약재라 일컫는다. 옻을 먹고 옻이 올라 온몸이 가려워 크게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이상이 없고 오히려 속이 편해지고 소화도 잘돼 좋다는 사람도 있다. 원래부터 속에 열이 있는 양인이 속을 따뜻하게 하는 옻을 먹으면 속이 더 뜨거워져서 옻을 타지만, 원래 속이 찬 음인은 옻을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고 편해진다.

어느 사람에게 "당신은 인삼이 받지 않으니 인삼을 먹지 마시오"라고 하면 그 사람은 인삼을 거들떠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당신은 옻을 타니 옻을 먹지 마시오"라고 하면 약을 먹고서라도 옻을 먹으려고 애를 쓴다. 옻을 타는 것은 이미 속에 열이 있으니, 옻으로 속을 더 뜨겁게 할 필요가 없다는 몸의 신호이다. 밥을 잔뜩 먹어 배부른 사람이 강력한 소화제까지 먹어가며 밥을 더 먹을 필요가 있겠는가. 옻을 타면 피부가 가렵다. 그런데 피부만 가려운 게 아니고, 몸속에서도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기를 피하는 이유는 가려울까 봐 그런 게 아니고,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에 걸릴까 봐 그러는 것이다. 옻을 타는 사람이 옻을 먹으면 안 되는 이유도 피부가 가려워서가 아니고 몸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옻중독 방지약으로 이용되는 항히스타민제는 피부 가려움증만 가라앉힐 뿐, 몸에서 생길 피해까지 예방하지는 못한다. 혹시 옻을 먹고 가려울 때 가렵지 않게 하는 약을 먹어 가렵지 않게 돼도, 몸에 생긴 이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모기에 물렸을 때 약을 발라 가렵지 않아도,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에는 걸릴 수 있는 것과 같다. 옻을 타는 사람은 약을 먹어가며 옻을 먹을 필요도 없고 옻을 먹어도 안 된다.

그렇다고 옻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속이 냉해서 평소에 소화도 안 되고 자주 체하며, 찬 것만 먹으면 바로 설사하는 음인이 옻닭을 먹으면 속이 편해져서 소화도 잘되고 영양 흡수가 잘되니 몸도 좋아질 수 있다. 옻을 먹고 만성 위염을 고친 사람도 있다. 옻은 이런 사람에게나 도움이 되지,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약을 먹으면서까지 옻을 먹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옻을 타는 사람은 옻을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남이 옻을 맛있게 먹는다고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옻을 타는 사람은 옻을 먹지 않아도 이미 속이 편하고 소화도 잘되므로 일부러 옻을 먹어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약을 먹고 옻을 먹었더니 가렵지 않았다는 사람은 원래 옻을 타지 않는 음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 먹는 옻을 타는 것은 머리 염색약 때문에 옻을 타는 것(피부 알레르기)과는 관련이 없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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