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지역주의 국가 정책·각종 제도에 대한 반발로 발호됐지만, 한국전쟁 이후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진 지역주의는 특정 정치인들의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양상이 처음 본격화한 것은 1971년 대통령선거였다. 당시 대선의 유력 후보는 신민당 김대중과 공화당 박정희였다. 이 가운데 김대중은 호남권에서 과반이 넘는 득표율을 올렸고, 박정희는 영남권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후 1987년, 1992년, 1997년 대통령선거는 물론 1990년대 국회의원선거 등에서 영남은 영남 기반 정당 후보에게, 호남은 호남 기반 정당에게 몰표를 주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선거에서는 90%대의 득표율을 올리는 상황까지 나왔다. 특정인에게 몰표를 주는 지역주의는 국민을 둘로 분열시키는 망국병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은 무위로 끝났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지역주의를 정권재생산의 기반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지역주의의 균열이 나타났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에서 고른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역주의에 따른 몰표 현상은 상당히 무뎌졌다. 문 대통령은 광주에서 61%, 전북에서 64%, 전남에서 59%를 기록했다. 보수정당에 몰표를 주었던 영남도 양상이 비슷하다. 부산 38%, 경남 36% 등 예전 지역주의의 폐단인 몰표 현상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이것만으로 지역주의가 사라졌다고 할 순 없지만 지역주의의 균열이 시작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은 대한민국 전체로 놓고 볼 땐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지역을 배타적으로 몰고 가는 지역주의는 타파돼야 한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지역주의적 투표가 발호되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나서서 만들어야 할 이상적 국가는 통합된 대한민국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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