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

우리의 일상은 폭식과 폭음의 연속이다. 폭식은 무절제한 사랑을 부르고 영혼을 타락시킨다. 먹는 즐거움과 사랑의 쾌락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달픈 나날의 생활에 시달리다 보면 입맛을 잃고 사랑의 열정도 식어 마구 먹어치우는 `먹방 포르노`에 빠지거나 `상투적인 당신과 나`가 돼 버리곤 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극적인 신천지를 갈구하기 시작하다보니 강정제나 흥분제, 각성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145개의 레시피는 저자가 문헌에서 거론된 음식들의 효능을 직접 재현해보거나, 이를 토대로 동료들과 함께 무려 1년여에 걸쳐 연구하고 응용해가며 만든 것들이다. 모두 기력을 살리고 사랑의 환희를 만끽하게 할 수 있도록 최음제의 효능을 살려놓았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소스(전희로 가는 길목), 오르되브르(처음 간지럼 태우고 깨물기), 애피타이저(사랑의 유희), 메인 요리(카마수트라…), 후식(행복한 결말)으로 이어지는 레시피의 구성은 한편의 오페라이다.

저자는 레시피를 소개할 때마다 식사자리의 품격과 사랑의 공감을 강조하며 진정으로 확실한 최음제는 사랑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사랑에 빠진 두 연인에게는 삶의 변명거리나 세월의 분노, 육체의 쇠락과 행운의 결핍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들의 타오르는 열정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는 것.

활력을 잃고 사랑의 열정이 식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으면서 공감을 나눌 때,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정열을 불사르며 인생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지 않을까.박영문 기자

이사벨 아옌데 지음·정창 옮김/ 영림카디널/ 432쪽/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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