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객석

작가의객석
작가의객석
이 책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강병철이 쓴 작가들의 사소한 이야기다.

시대의 격랑을 한몸으로 버텨왔거나 격랑 속을 걸어온 문단의 선배·친구에서부터 두 발 단단히 변두리를 딛고 서 있는 지역 작가에 이르기까지, 서해안 작가의 입심으로 재현된 서해안 지역 시인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윤중호·이정록·조재훈·나태주·황재학·이순이 시인 등과 김성동·이문구·한창훈·정낙추 소설가, 안학수 동시인, 지금은 세종시교육감과 충남도교육감인 최교진·김지철 등과 교유한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저자의 삶터와 일터 중심으로 만났던 작가들이라 대체적으로 충남 서해안 지방 일대에서 거주하거나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모습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문단 야사`류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위에 든 작가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우정의 편지다. 또 그들의 작품 세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단초들이 사금파리처럼 깔려 있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사(私)생활을 조금 안다고 해서 그 작가의 내면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지 않은 교유는 단순히 사생활을 안다는 차원 하고는 다르다. 작품과 삶의 결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작가와 작품을 연결해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것이 작품을 대하는 최상의 방법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저자가 책의 제목을 `작가의 객석`이라고 붙인 것은 아마도 작가들을 `책`이라는 무대 위에 등장시키고 저자 자신은 `객석`에서 느긋이 바라보고 있다는 장난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시인과 소설가가 직업이 될 수 없는 오늘날, 저자에게 생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주업은 학교 `교사`이다. 그것도 해직교사 출신이며 전교조 교사들의 대량 해직의 시발점이 된 `민중교육`지 사건의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부터 전교조 교사 해직 사건에 대한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역사의 어느 귀퉁이를 돌아가게 만든다. 물론 저자와 교유했던 문인·교사들과 얽힌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교조 운동 전체를 조망하지는 않는다. 또 그럴 의도로 씌어지지도 않았다. 작가들을 저자가 마련한 무대에 등장시키다 보니 자연스레 전교조의 `몸통`들이 드러나고 만 꼴이랄까. 이 책에는 진지하고 무거운 비사만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안학수의 `하늘에서 75센티`에서 안학수 시인의 삶을 얼핏 봐버린 대목은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강은선 기자

강병철 지음/ 삶창/ 218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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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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