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
◇둥지 아파트 이사 대작전(폴라 셰어 글·스탠 맥 그림·길상효 옮김)=이웃과 평화롭게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도시의 공동 주택에서 조용히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곰씨 가족, 탭댄스를 추는 갓 결혼한 루루 부부, 밤낮으로 연주를 해대는 고양 여사와 함께 사는 상황이라면 두 배로 힘들 것이다. 곰곰씨의 불평으로 시작된 둥지 아파트의 소란은 부엉 영감의 지혜로운 해결책으로 다시 평화로운 밤을 맞게 된다. 1972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어린 독자들에게 이웃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귀에 거슬리던 소리들도, 싫은 냄새도, 조용히 해 달라는 요구도 말이다. 저마다 다르게 살아가지만 같은 곳에 모인 이상, 이곳은 우리 모두의 둥지이다.
행복 찾아 떠나는 엉뚱하고 신기한 모험
◇몬테로소의 분홍 벽(에쿠니 가오리 지음·아라이 료지 그림·김난주 옮김)=꿈에서 본 분홍 벽을 보고 그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 고양이 하스카프. 이 그림책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고양이 하스카프의 엉뚱하고 신기한 모험을 담았다. 아담한 몸집에 빛나는 황갈색 눈을 한 연한 갈색 고양이 하스카프는 게으른 듯 보이기도 하지만 꿈꾸는 걸 즐기는 낙천적인 고양이다. 꿈에서 본 몬테로소의 분홍 벽을 잊지 못하고 과감히 모험을 떠날 줄 아는 이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자신의 온전한 행복을 위해 현재의 안락함을 버릴 줄 아는 용감함도 지녔다. 작가는 이 책에 등장하는 하스카프가 자신이 그린 작품의 등장인물 중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작가와 닮은 부분을 짐작해 보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숲에 관한 엄마와 아이의 끊임없는 이야기
◇나무는 내 친구(로사나 보수 지음·유지연 옮김)=이 그림책은 책장을 위로 넘기도록 돼 있다. 또 눈길을 잡아 끄는 표지 그림은 볼수록 신기한 모습이다. 언뜻 나무 그림을 거꾸로 돌려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똑바로 앉은 황금빛 새는 그게 아니라고 지저귀는 듯하다. 나뭇가지의 모습은 오히려 뿌리처럼 생겼다. 그러나 책을 위로 펼쳐 뒷표지와 함께 보면 데칼코마니 그림처럼 위 아래로 이어진 나무그림은 뿌리와 줄기를 함께 그려 놓은 모습이다. 어느 쪽이 뿌리이고, 어느 쪽이 나뭇가지일까. 이것은 실제 나무의 모습이 아니라 환상 속의 나무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실제 보이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이다. 아이가 상상하는 숲의 세계와 엄마가 알고 있는 숲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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