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Sports Utility Vehicle)는 양면성이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 환경오염을 이유로 비효율적인 차종으로 분류한다. 과도한 차량 중량을 감당하느라 배기량은 높고, 큰 토오크(torque)가 필요해서 대부분 디젤엔진이 장착되어 있는 것이 SUV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한번 SUV를 타본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전방 교통상황에 대한 분석이 용이하고, 큰 토오크를 기반으로 힘들이지 않고 추월하는 재미에 세단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SUV의 장점은 바로 위 몇 줄에 다 열거되어 있는 반면, 비효율성과 단점이 훨씬 많다. 차체가 무거워 연비가 좋지 않고, 소음진동이 심해 승차감도 떨어진다. 특히 오프로드 스펙에 맞춘 현가장치의 딱딱함은 운전자의 피로감을 향상시키는 주범이다. 더불어 차가 무겁고 섀시가 튼튼하며 범퍼 높이는 높다 보니 사고 시 상대차량의 파손이 심해지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의 의견 따위가 어찌 감히 차량 구매자의 선호도를 이길 수 있겠는가? 자동차의 종주국인 독일에서도 요즘 가장 떠오르는 것이 SUV로, 전체 자동차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메이커 입장에서는 차량 가격이 고가이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다 보니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근 출시되는 차종들은 SUV 본연의 사전적 의미인, `산악지형 및 비포장도로에서 주행 및 악천후에서의 운전도 용이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대부분 직사각형의 단면을 갖고~`라는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신차에 대한 시승이 잦은 필자 입장에서도 최근 2-3년간 출시된 SUV의 부드러운 현가장치와 고속주행 성능에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이제는 대놓고 `도심형 SUV`라는 용어로 홍보하는, 콤팩트한 소형 SUV의 경우는 승용차 못지않은 승차감과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성능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승용차의 특성을 모방하고 있는 것이다. SUV 초기에 당연시 되던 4륜 구동은 어느새 선택사양으로 바뀌었다. 초창기 기본적으로 3000㏄ 부근이었던 엔진 배기량도, 그간 향상된 엔진제어 기술과 더불어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1600㏄급까지 축소되었다. 하이브리드도 SUV 모델로 출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한 가지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바로 외관이다. SUV를 구입한 후 타이어에 흙을 한 번도 묻히지 않고 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외관과 내부 인터리어의 유사함에 다소 지겨워질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메이커가 멋지게 극복하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SUV의 여러 정체성 혼란에 마침표를 찍는 모델이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컨버터블 SUV라는 새로운 장르가 2012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하더라도, 엔지니어의 농담 정도로 받아들여지던 파격적인 형태가 출시되었다. SUV가 시장에 대중적으로 보급된 지 한참이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컨버터블이 출시된 것이다. 필자도 2003년과 2010년에 한번씩 SUV를 구매한 경력이 있기에, 슬금슬금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타이밍이다. 앞으로 몇 년 후 SUV의 또 다른 진화를 기대해 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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