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최근 두 달간 음악에 대한 칼럼 기고를 제안받고 칼럼을 어떻게 구성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곰곰이 해보았다. 각 주제가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연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독립된 다양한 주제를 갖고 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내가 한국에 사는 동안 나의 출신을 묻고 가장 흔히 듣는 말은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오셨군요"이었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피아노 공부를 석사 과정까지 오스트리아에서, 박사 과정은 미국에서 마쳤다. 그래서 음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태도의 차이를 잘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음악의 나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리아인으로서 10여 년간 살아온 한국의 차이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가장 큰 차이는 욕심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에서 만났던 학생들은 재능의 차이를 떠나 대체적으로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아 콩쿠르나 유학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상당하다. 그에 반해 오스트리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것에는 큰 욕심을 두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모차르트가 오스트리아 작곡가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우리가 모차르트를 발명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자부심이 있고, 빈 국립 오페라 극장(Wiener Staatsoper),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생가 등 일상이 클래식 음악에 둘러싸여 있어 충분히 이런 환경에 만족하기 때문에 더 이상 클래식 음악에 욕심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오스트리아가 100년 전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였기 때문에 더 큰 나라로 가기 위한 욕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작고 가난하고 35년간 일제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더 잘 살고 싶고, 더 강한 나라로 성장하고 싶은 열의가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발전된 듯하다. 결론적으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음악이 일상적으로 접하며 즐기는 대상이기 때문에 음악을 열심히 해야 하는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음악에 덜 노출되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에 음악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뤄내야 하는 성취의 대상으로 여기는 마음이 동력으로 작용해 더 큰 관심과 열정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모든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한다, 모든 한국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는 얘기가 물론 선입견이라도 클래식 음악에 관한 인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무슨 태도가 더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의 열정과 오스트리아의 자유로운 태도를 갖고 음악을 한다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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