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저의 치료는 성공했으나 그로부터 사흘 후에 동물원에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암수 두 마리 밖에 없는 기린이 난산을 일으켜 쓰러졌다.

기린이라는 동물은 그냥 있어도 살아나가는 것이 어려운 동물이었다. 기린은 세계에서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에서만 사는 별난 동물이었는데 그들은 키가 8m나 되었고 목 길이가 6m나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6m높이인 부위에 있는 대가리에 산소와 피들을 공급해야 되는데 어떻게 그 작은 심장에서 그런 높이로 산소와 피를 뽑아 올릴까.

기린은 그렇게 사는 짐승이었기에 그들을 수용하는 동물원은 최대의 노력으로 그들을 돌봐주고 있는데도 생존율은 좋지 않았다.

하물며 그런 기린이 임신을 했을 때는 출산을 시키는 일은 아주 어려웠다. 세계의 동물원 중에서 기린의 출산에 성공한 동물원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리치 동물원의 암컷이 임신을 하여 출산을 시작했다. 하물며 그게 난산이었다. 동물이 출산을 할 때는 새끼의 대가리부터 어미의 뱃속에서 나오는 것이 정상이었으며 특히 기린의 경우는 그건 필수적이었다. 기린의 새끼는 출산을 할 때부터 키가 2m가 되었고 목 길이가 1m나 되었기 때문에 출산할 때는 꼭 대가리부터 나와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 리치동물원의 기린은 앞발부터 먼저 나왔다. 큰 일이었다. 2m나 되는 앞발부터 먼저 나오면 다른 부분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현장에 나와 있던 동물원 원장의 표정이 심각했다. 그는 여러 사람과 상의한 끝에 출산을 돕게 될 마드리드양에게 말했다.

"하는 수 없어. 제왕절개를 해야 되겠어."

그건 무리한 지시였다. 항생제가 없던 당시에는 소나 말의 경우도 성공률이 10%에 불과했고 사람의 경우도 30%에 불과했다.

그런데 가축도 아닌 야생동물인 기린에게 그런 위험한 수술을 할 수 없었다. 마드리드양이 수술을 거부하자 원장은 또 말했다.

"그렇다면 새끼를 희생시켜야지."

다리부터 먼저 나온 기린의 다리를 절단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례로 나오는 새끼의 몸을 하나 하나 절단하여 죽은 시체를 끄집어내자는 지시였다. 그건 제왕절개를 하는 것보다는 안전했으나 부득이 새끼가 희생되었다.

마드리드양은 그 귀여운 기린의 새끼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새끼를 살려야만 했다.

마드리드양은 새끼를 죽이지 않고 출산을 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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