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따져보니 벌써 18년차가 되었다. 본인이 지난 2000년부터 시작된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영화 축제의 장에 발걸음을 한 지가 말이다. 이는 4월의 마지막 주에서 5월의 초입에 걸친 봄의 절정을 18년째 전주에서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27일에서 5월 6일까지 전주는 영화와 사람, 영화와 영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교감하며 어우러지는 마치 흐드러진 봄꽃들이 만발하는 영화의 꽃밭이 되어 주었다. 특히나 올해는 기간 내에 징검다리와 황금연휴가 포진된 덕분인지 관객들의 호응도가 지난 개최년도들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주관적 판단이라는 전제하에 지난 2014년과 2016년까지 3년 동안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쌓아온 정체성이 모호해져 감과 동시에 그로 인한 관객 호응도의 약화가 감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를 파악하고 위기의식을 느낀 때문인지 몰라도 올해 `영화 표현의 해방구`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디지털`과 `대안`이라는 영화제 정체성에 다름 아닌 키워드를 다시금 전면에 복권시킨 영화제는, 예술과 소통 매체로서 `영화`에 방점을 찍고 최근의 침체기를 일단은 벗어나는데 일정한 성과를 이룬 것으로 보여진다.

솔직히, 지난 1회에서 3회까지 초기 전주국제영화제는 비슷한 성격의 광주국제영화제와 비교되며 그 존속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한 시절을 겪었다. 허나, 그 뒤 시스템과 인적 구성을 개편하고 무엇보다 시류와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프로그래밍을 통하여 확고한 정체성을 구현한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적으로도 예술적 가치를 지향하는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창구로 자리매김 하였다. 반면 비교 우위에 있었던 광주국제영화제는 외려 정체성 확립에 대한 유예와 혼란, 인적구성과 시스템 구축의 실패로 그 위상이 추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영화제는 단순히 하나의 행사를 치른다는 개념만으로는 성립시킬 수 없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문화적 유기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점을 지난 18년 동안의 행보를 통해 증명해내고 있다.

그렇다면 대전과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은 이러한 상황을 통해 들여다보고 생각해 볼 지점이 없는 것일까? 반드시 국제영화제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대 문화예술의 총아인 영화가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영역에서 어떤 식으로건 존재에 대한 가치를 획득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체성의 확립을 담보한 축제의 장이 필요함을 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지면의 한계상 이에 대한 제언과 모색을 다음으로 이어가 보려 한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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