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수요프리즘] 오월입니다

2017-05-09 기사
편집 2017-05-09 19:38:19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
온 세상에 꽃이 만발하고 초록으로 뒤덮였습니다. 열두 달 중 으뜸이라 할 여왕 오월이거든요! 두세 달 전만 해도 삭풍에 앙상한 가지를 흔들며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듯해 안타까움에 가슴 시리던 가로수들도 초록의 새싹으로 바뀌었습니다. 살을 에는 눈보라와 매서운 한파로 겨울을 힘겹게 지나온 뒤였지요. 그때를 견딘 건 오로지 이런 새 생명의 빛을 기억했었기에 가능했었지요. 흐드러진 붉은 영산홍 물결에 노란 겹 황매화가 질세라 피어 어우러진 화단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그 속에 군데군데 섞여 피어 있는 흰 철쭉은 영산홍의 붉은 빛과 황매화의 노란 빛에 부드러움을 더했습니다. 꽃이 먼저인지 잎이 먼저인지는 모르나 초록바탕에 핑크, 빨강, 하양, 노랑의 색이 화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 속의 자연의 색은 무엇 하나 튀거나 거슬리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뿐입니다. 붉은 영산홍이 강렬하고 초록 잎이 주위를 감싸 이루고 있었지만 겹노랑매화나 늦게 핀 개나리의 노랑을 거부하지 않고 띄엄띄엄 핀 흰 철쭉은 외롭기보다 오히려 그 속에서 색을 파스텔 톤으로 중화시켜 드디어 화단을 성숙한 완숙미로 꾸미고 있습니다. 결국 이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색의 조화로 아름다움을 완성했습니다. 오월은 너그럽고 조화로워 그 자비로움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꾸미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경쟁은 있으되 반목, 시기, 배척은 없었습니다. 어울림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한 어머니 품인가 봅니다.

그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갇혀 춥디 추운 겨울 같았습니다. 헤쳐 파진 깊은 상처에 내상으로 힘이 바닥으로 떨어져 도통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얽힌 타래처럼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 더욱 고통이었습니다. 좁은 우리 안에서 한쪽이 숨이 멎을 때까지의 싸움은 계속됐습니다. 검은 케이지 속에서의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끝장 게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의 삶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곳엔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없었고 관중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라운드의 선수를 몰아세웠습니다. 희망은 그곳에 없는 듯 해 보였습니다. 내 나라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런 삭막한 곳에서 우린 희망까지 버릴 수 없었습니다. 상처를 감싸고 보듬어 실핏줄이 돋아나도록 해야 했습니다. 그래야 상처의 맨살에 새순이 올라와 서서히 아물겠지요. 그래야만 이 아름다운 오월이 내 나라에도 올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그간 너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세상에 빛이 없는 듯 암울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정치인들, 국회의원들, 수장 없는 국무위원들, 그 아래 공무원과 단체들에게 '전진'이란 단어는 없었습니다. 국민들은 더 했습니다. 의지할 곳도 기대할 것도 없는 듯 서로 극한 대립의 길을 걸었습니다. 후보자를 낸 정당들은 나름 제각각의 정책, 의지, 정치적 이념을 표방했고 이를 상징하는 색으로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그 색깔들의 홍수에는 '조화'란 없었습니다. 죄다 모두 제가 옳다고 부르짖었습니다. 서로 자기가 옳다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결국 끝이 났습니다. 이제 여러 색의 포스터들은 지워지고 떼어지고 버려지게 됐고 그들의 색깔은 이제 희미해지며 바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긴 자의 색깔로 죄다 뒤덮어서는 절대 안 되겠지요. 우리는 그간 어쩌면 은연 중 패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긴 자의 색깔을 강요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긴 자의 색 한가지로만 도배하면 대한민국은 흑백의 암흑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승복이며, 승자는 패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아껴선 안 됩니다. 승자는 나라와 국민의 화합, 조화,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할 시기입니다. 국민 제각각의 다름을 조화롭게 어울러 신명난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색의 조화로 화려한 오월이니까요.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리스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