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人災). 사람의 실수 또는 부주의나 고의로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 날씨 등의 자연현상의 변화 또는 인위적인 사고로 인한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를 의미하는 재난의 범주에 속한다. 자연이 주는 유무형의 큰 혜택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과오는 올해도 여전하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잇따른 산불이 대표적인 예이다. 산불예방을 위한 각종 행정이 무색할 정도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해 애써 가꾼 산림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발생한 산불은 모두 392건이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건수 391건을 이미 넘었고 올 봄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오지 않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산불은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산불은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연의 건네는 가치를 없애고 인명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조성된 산이 오히려 생명과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산불은 입산사 실화와 소각 등으로 사람의 사소한 실수로 발생하는 전형적인 인재다. 산불 피해는 엄청나다. 산림이 원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40-50년이 걸린다. 토양 훼손 등 생태계·환경파괴에 따른 후유증도 던져준다. 모두 우리가,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난제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미세먼지도 온 국민을 위협하는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중국 황사 탓도 있지만 미세 먼지 상당부문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후 경유차 수도권 운행제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방안 등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공기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미흡한 대책과 환경에 대한 무의식이 낳은 결과다. 미세먼지 역시 인재인 셈이다.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환경문제는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우리의 실수와 욕심에서 비롯된 자연훼손은 시간과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산림청, 지자체 등 산불과 미세먼지 예방을 위한 유관기관의 유기적 협력체계도 필요하지만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자연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감시자가 돼야 한다. 산불, 미세먼지 등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극복해야 할 자연의 변화는 예고된 인재나 다름없다. 인재로 인해 자연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과 각오를 새롭게 가져야 할 때이다.

김대호 지방부 청주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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