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야생동물 전문 수의사는 야생동물들만을 다루는 수의사가 아니었다. 마드리드양이 부임한 다음날 오후 동물원에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호저의 우리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는 보고를 듣고 마드리드양과 가르토는 급히 그리로 달려갔다.

그런데 환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 안에 사람이 세 명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동물들을 돌봐주는 사육사 세 사람이 비명을 지르면서 뛰어오르고 있었다. 호저의 침에 찔린 것이었다.

그들은 우리 안의 호저가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상처를 살펴주려고 호저에게 덤벼들었다. 그들은 아이들이 갖고 다니는 잠자리채를 크게 고친 것 같은 포획망으로 호저를 잡으려고 덤벼들었으나 그런 것으로 잡힐 호저가 아니었다.

호저는 아랫배를 제외한 전신이 길고 날카로운 바늘 침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그놈은 성미가 사납고 호전적이었다.

그놈은 덤벼드는 사육사를 보더니 급히 몸을 돌려 꼬리를 앞세워 반격했다. 사육사들은 그놈의 침에 찔리지 않으려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접근했으나 그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호저는 몸으로 적에 부딪쳐 그 침으로 적을 찌르는 것이 아니었다. 호저는 적이 가까이오면 그 침을 날렸다. 공중으로 날아가 침들이 적을 공격했다.

그래서 사육사들은 각기 모두 서너 개의 바늘에 찔려 있었다. 길이가 30cm나 되는 침이 그들의 몸에 꽂혀 있었으며 그게 심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야단났군. 빨리 수술을 하여 그 침들을 뽑아내어야만 되겠습니다."

수술을 한다는 말에 그들은 거부를 했으나 빨리 수술을 하여 침을 뽑아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수술을 받는 데 동의했다.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마드리드양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의 야생생활에서 배가 고파 호저를 잡아먹으려던 범이나 표범 등 맹수들이 그 침에 찔려 죽는 경우가 있었다.

그 침은 보통 침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낚시바늘에 있는 것과 같은 역가시가 있어 그냥 당기면 빠지지 않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역가시가 빠지게 칼로 시술을 해야만 했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그 가시에는 돌이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드리드양은 피를 토하고있는 호저보다 먼저 그 사육사들을 치료해주어야만 했다.

수의사라고 해서 사람의 치료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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