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2회 과학기술인 탄동천 숲향기길 걷기축제`가 개최되었다. 사이언스 대덕 종합 운동장에서 탄동천 부근까지 걷는 행사로 `시민과 함께하는 탄동천 벚꽃길 축제`의 일환이다. 행사 일정 즈음의 탄동천은 분홍 물결이 넘실거린다.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머리카락 사이로 꽃잎이 휘날린다.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탄동천의 벚꽃길. 인근 주민만 즐기기에는 매우 아까운 풍경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탄동천 벚꽃길 축제`는 국립중앙과학관을 비롯한 인근 11개 기관이 개최하는 행사다. 탄동천은 대전의 갑천으로 유입되는 조그마한 하천으로 대덕연구단지를 가로지른다. 작년 겨울 위 기관들은 탄동천 주변 과학문화 생태공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탄동천변을 대덕연구단지를 상징하는 과학문화 생태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위 축제에서는 뉴에이지 페스티벌로 시작해 콘서트, 버스킹과 작은 음악회, 중고책 바자회, 찾아가는 시민 관측회, 과학 백일장 등의 부대행사가 개최되었다. 그 다음 주에는 제38회 사이언스데이를 맞이해 각 유관기관들이 과학체험부스를 운영했으며 과학 강연, 문화 공연도 더불어 진행했다. 또한 그 주에 이어 힐링토크 콘서트와 퀴즈로 떠나는 우주 음악여행도 한 주 간격으로 열리니, 4월의 대전은 명실상부한 과학도시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쯤에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확실히 4월의 대덕연구단지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과학 문화 행사가 풍부하다. 문화 공연을 위해 연구소의 일부 공간을 거리낌 없이 개방한다. 하지만 4월이 아닌 대덕특구는 과학 관련 기관이 모여 있는 지리적 장소의 한 곳으로 전락해버린다. 조용하고 쾌적하고 아름답고 지적이지만, 역동적이지 않고 개방적이지 않다.

29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 1000여 개의 첨단 기업 등 뛰어난 인적자원과 과학기술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대덕연구단지. 하지만 일반인이 과학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연구소 부지를 밟을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무슨 연구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전문가를 통해 그 현황을 자유롭게 직접 보고 들을 수 기회는 얼마나 될까. 대전의 자랑이라고 하는 대덕연구단지를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자. 다소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연구실험동과 각종 연구에 사용될 듯한 낯선 장비와 시설들 정도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처럼 대덕연구단지는 아직도 페쇄적이며 과학을 향유할 수 있는 수혜자의 범위가 상당히 좁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고창에서는 청보리 축제가 열린다. 고창 청보리밭은 `경관농업`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럼 대덕연구단지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대덕연구단지를 통한 과학문화 프로그램은 대전이 과학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이자 첩경이다. 이효석 작가의 소설은 우리 머릿속에 `평창=메밀꽃`의 공식을 성립했다. 과학은 문학보다도 일상생활과 밀접하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인 현상들로 가득하다. 이는 과학이라는 아이템이 `대전=과학`이라는 공식을 세우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아이템을 잘 활용하여 대전을 과학 체험의 메카로 만들자. 대전광역시의 대덕연구단지를 과학 대중화의 알파요 오메가로 각인시키자. 단지 과학의 달을 맞이하여 잠깐 반짝하는 과학축제가 아닌, 365일 개방되어 있는 과학체험의 공간으로 변모시키자. 각종 연구개발 성과물의 테스트 베드장으로, 학생들의 연구실 체험장으로, 연구자들의 토론장으로 탈바꿈하자. 더 이상 대덕연구단지를 폐쇄적인 공간으로 허락하지 말자.

풀잎 냄새가 나는 시원한 여름 저녁, 사이언스 종합운동장에서 각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연구자들이 맥주를 기울이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연구원들과 일반 시민, 과학기술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과학을 이야기 하는 자리, 타 지역의 연구원들과 시민들도 함께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전이 세계적인 과학 체험의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최태진 한국연구재단 산학협력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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