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인 2002년 6월 18일. 대한민국 역사상 우리 국민을 이처럼 기쁘게 만들었던 날도 드물 것이다. 바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였다. 안정환 선수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1대 0으로 끌려가다가 종료 직전 설기현 선수의 동점골,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누르고 월드컵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 것이다. 이 경기는 2000-2008년 전 세계 스포츠경기를 통틀어 이변으로 기록된 톱 10 안에 들 정도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당시 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국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다가 주최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한 채 열광하여 FIFA 의전관으로부터 강력한 저지를 받기도 했다. 이 경기는 유럽 축구팬들에게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서울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영국 BBC방송이 생방송 인터뷰를 요청해서 이날의 영웅인 안정환 선수를 `반지의 제왕`으로 해외에 처음으로 소개한 기억이 새롭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지역축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지역을 연고로 한 프로축구팀이 속속 창단되었고, 2부 리그가 도입되어 그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대전시티즌 외에 지난해 K리그 2부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했던 무궁화축구단이 아산시에 새로 둥지를 틀어 이제 우리도 외국과 다른 지역에서나 듣던 `더비`라는 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역사적인`충청 더비`시대를 맞아 충청권에 새로운 축구 열기가 불 것으로 기대된다.

5월 20일에는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20세 이하 월드컵(FIFA U-20)이 우리나라에서 개막된다. 우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을 개최하여 FIFA가 주관하는 4대 국제축구대회(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FIFA 월드컵, FIFA U-17 월드컵, FIFA U-20 월드컵)를 모두 개최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되었다. 20세 이하 월드컵은 디에고 마라도나, 루이스 피구, 라울 곤잘레스, 티에리 앙리, 리오넬 메시 등 걸출한 축구스타들을 배출하여 세계축구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은 수원, 전주, 인천, 제주, 대전, 천안 등 6개 도시에게 개최된다. 충청권에서 2개 도시가 경기를 유치한 것은 충청지역의 축구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A조에 속해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 등 전통의 강호들과 맞붙게 되었다. 물론 대표팀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개최국의 국민으로 그리고 개최도시의 시민으로 24개국 6000명에 달하는 외국선수들과 대표단, 외국관광객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노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대전이 우리 축구역사를 새로 쓴 성지였다면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은 대전과 천안뿐만 아니라 충청권 시민들이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범 축구인의 한사람으로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충청권에 새로운 축구관람과 응원문화가 꽃피우기 바란다. 국제축구연맹은 2002년 월드컵에서 전국을 붉은 물결로 물들였던 `길거리 응원`을 FIFA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선정한 46개 `축구사의 이정표(Milestones of Football)` 중 하나로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꼽았다.

새로운 축구문화가 충청권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들께서 대전과 천안에서 개최되는 경기의 입장권을 많이 구입해서 관람해 주셔야 한다. 20세 이하 월드컵은 FIFA 월드컵처럼 많은 경기가 전 세계에 생방송되기 때문에 충청권 시민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측정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이 충청권 축구발전과 관람·응원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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