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못난사람은 못난대로 산다. 야야 야들아, 내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1990년대 초 히트쳤던 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의 일부다.

24년이 지난 지금 이 노래가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은 대선판을 흔드는 가짜뉴스(fake news)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은 지난해 미국 대선 때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뉴스가 무려 96만건이 공유됐다. 미국선거일(2016년 11월 8일) 전 3개월간 인터넷상에 공유된 가짜뉴스는 트럼프 지지층의 연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 부친이 북한군 출신`이라던가, `안철수 대선 후보의 딸 안설희씨의 원정 출산설`과 관련된 가짜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전에 허위사실 공표로 신고된 건수만 2만 건이 넘는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록한 4000건의 신고 건수보다 5배가 넘는 수치다.

이러니 지난 3월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일반국민의 가짜뉴스에 관한 인식` 보고에서 성인 남녀 중 76%가 가짜 뉴스로 인해 진짜 뉴스를 접할 때도 가짜로 의심한다고 답했는지도 모른다.

가짜뉴스는 주로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지난달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약 1000명 정도가 참석한 단체 카톡방에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가짜뉴스 글을 퍼트린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데 이어 김정문 충북 제천시의장도 지난 1일 `문재인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동영상`이라는 글을 유튜브 주소와 함께 퍼뜨렸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이처럼 확인해야 할 뉴스는 실시간으로 쏟아지만 기존의 사실 확인 방식으로는 이를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다. 최근들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해 언론이 팩트체킹이 나서고 있지만 팩트체킹 기술로 걸러내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팩트체킹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언론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짜 뉴스의 범람은 언론에 대한 경종이면서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다시 되새기기라는 일종의 `시그널(신호)`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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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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