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1905년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고, 1912년 호남선의 분기점이 되면서 시작된 계획도시로 전국 어디와도 연계가 편리하다. 노령산맥 서북 편에 위치해 산세 등 자연 환경이 평온하고 내륙지방이라 기후까지 온화하다. 지금까지 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없고, 해방 이후 1977년에 대전천이 한번 넘친 기억 만 있을 뿐, 여름에 큰 태풍이나 하천의 범람 같은 자연재해가 피해를 준적이 없다. 이에 여기 거주하는 사람들도 순박해 전국에서 가장 배타성이 없는 도시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강점이 단기간 내에 획기적인 도시발전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이전해 오면서 힘찬 발전을 하다, 한국동란 때 미군이 시가전을 대비해 심한 공중폭격으로 도심 주요건물이 모두 파괴해 폐허가 됐다. 전후 이북 5도 실향민들과 함께 경상도, 전라도 지역 주민들이 대거 인입해 같이 복구 작업을 하면서 이뤄낸 도시로 토박이가 드문 혼합도시다. 시세가 급성장한 것은 1970년대 이후로, 도시기반은 갑년체전과 1993년 대전엑스포 이후 지속적으로 확충돼 교통도시답게 도로율이 전국최고의 수준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대전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이야기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는 광역시 가운데 주거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물가가 안정된 지역으로 살기 좋다지만 이는 서비스업만 기형적으로 발달해 소득 발생이 적은 탓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도시가 계획적으로 반듯한 도로를 만들어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을 연결하는 중앙로를 중심축으로 도로를 사방으로 나란히 만든 도시라서 지번을 찾기가 쉽고, 대중교통 시스템의 구성이 용이했다. 이에 따른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버스정류장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공공건축의 유형을 가장 잘 표현해준 입면을 소유한다. 애초에는 이정표만 서 있다가, 점차 편히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설치됐고, 한때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피난처(쉘터) 형태로 바뀐 적도 있었다. 1960년대 먼지가 나는 신작로에는 적벽돌의 아취창이 양편으로 뚫린 조적조의 무거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시내에 설치된 정류장은 경량식 구조로 유리와 스틸을 주재료로 해 곡선을 이용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버스 스케줄을 안내하는 모니터가 있어 제법 편리하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가보면 다음 버스가 언제 온다는 확실한 안내와 함께 밝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관리가 양호한 광고판도 적절히 설치됐고, 게시된 낯익은 시(詩) 한 수를 읽다 보면 버스가 도착한다. 타도시를 방문해 이용하면서 비교해보면 좋은 시설임을 알 수 있다. 한 개 뿐인 도시지하철 노선이라 아쉽지만, 이와 연계돼있는 시내버스 교통망이 가장 안정적으로 구축되어있는 도시임에는 확실하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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