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그 긴 코를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였는데 가르토도 또한 로프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코끼리가 코를 휘두르면서 가르토에게 덤벼들자 그보다 더 긴 로프가 그걸 후려쳤다. 코와 로프의 싸움은 로프의 승리였다. 로프로 코를 감아 우리의 기둥에 묶었다. 분노한 코끼리가 날뛰자 우리가 덜썩 덜썩 했으나 뒤집지는 못했다. 로프가 2중 3중으로 코를 감자 코끼리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코끼리는 코가 로프에 꼭꼭 감기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역시 코는 코끼리의 중요 무기였으며 그게 힘을 쓰지못하자 코끼리는 무력해졌다.

가르토는 코끼리의 아가리를 벌려 놓고 막대기로 받쳐 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마드리드양이 덤벼들었다. 마드리드양은 코끼리의 이를 뽑을 수 있는 치과기구가 없었기 때문에 집게나 칼 등을 가축 도살장과 제철소에서 갖고 왔다. 그리고 사다리를 코끼리의 대가리에 걸쳐놓고 자기의 머리와 손 등을 코끼리의 입안에 집어 넣어 치료를 했다. 코끼리의 이는 온통 썩어 있었고 잇몸은 곪아 농구공만큼이나 부풀어 올라 있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마드리드양은 도살장에서 소의 대가리를 절단할 때 쓰는 칼로 코끼리의 잇몸을 찔렀다

펑하는 폭발음이 났다. 그리고 농구공만큼 부풀어오는 잇몸이 터지더니 누런 고름과 피가 쏟아져 나왔다.

쏟아져 나온 피고름은 마드리드양의 머리에 부딪쳐 코끼리의 아가리 밖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우리의 바닥이 피고름의 바다가 되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코끼리의 아가리를 벌리고 있던 가르토가 놀라 고함을 질렀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마드리드양은 온통 피고름을 덮어 쓰고 사다리에서 떨어질 뻔 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까지나 코끼리의 이빨을 뽑는 의사였다. 그녀는 제철소에서 쓰이는 집게로 뽑아낼 주먹만한 이빨을 콱 쥐고 있었다.

마드리드양은 피고름을 덮어 쓴 자기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도 화를 내지 않고 웃고 있었다. 그렇게 이를 뽑힌 코끼리는 그 고통에 비통한 비명을 질렀으나 잠시 후에는 조용해졌다. 썩은 이빨이 뽑혀 시원해진 것 같았다.

우리 주변에서 마드리드양이 코끼리의 이빨을 뽑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동물원 원장도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원장은 그 젊은 여자 수의사가 무리하게 하는 치료 행위에 이젠 만족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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