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적막을 깨뜨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밤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자꾸 깨는 아이를 다시 재우느라 밤을 지새운 경험을 한두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아이가 밤에 깨서 심하게 우는 증상을 야제(夜啼)라고 부른다. 밤 야(夜), 울 제(啼). 아이들의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야제에 대해 윤철상 대전 함소아한의원 원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자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 야제의 경우 대개 아이는 낮에는 잘 노는데 밤만 되면 자는 것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더라도 심하게 뒤척이거나 혹은 자주 깨서 깊은 잠을 자지 못 한다. 심한 경우에는 밤마다 집이 떠나갈 듯이 크게 울어 가족이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수 있다.

◇원인= 동의보감에서는 야제의 원인을 한(寒), 열(熱), 구창(口瘡)과 중설(重舌), 객오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한(寒)하다고 하는 것은 비한(脾寒)으로, 소화기 문제로 인해 배가 아파서 우는 것이다. 열(熱)하다고 하는 것은 심열(心熱)로 인해 더워서 답답해서 우는 것이다.

구창(口瘡)과 중설(重舌)은 입안이나 혀의 염증으로 아프거나, 치아가 나고 있거나, 중이염 및 비염 등 병이 원인이 돼 아파서 잠을 잘 못 자는 것을 말한다. 객오는 주로 크게 놀란 경우인데, 자동차 사고 등 갑작스런 사고로 크게 놀랐거나 이상한 물건이나 혹은 낯선 사람을 보고 놀라거나, 혹은 큰 소리에 놀라게 된 경우이다. 이 경우 평소 신기가 허약한 아이에게 잘 나타난다.

◇감별증상= 야제의 4가지 원인 중 구창, 중설과 객오는 평소 잘 자던 아기가 병에 걸리고 난 후부터 밤에 잘 못 자거나, 크게 놀라고 난 후에 잠을 못 자는 등 급작스럽게 발병하는 급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비한과 심열은 태어난 이후부터 등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 만성적인 경과 중 심열 증상일 때는 주로 잠들 때 심하게 보채거나, 혹은 잠이 들더라도 바로 10분 만에 다시 깨는 등 길어도 30분-1시간 이상을 잘 자지 못 하다가 새벽 무렵이 되면 잘 자게 되는 상반야제(上半夜啼 : 자는 시간을 반으로 나누면 앞부분에서 많이 깨는 야제)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비한의 경우는 잠을 재우면 처음 3-4시간은 잠을 잘 자다가 새벽 2-3시쯤 깨기 시작해서 새벽에는 거의 잠을 못 자는 하반야제((下半夜啼 : 잠자는 시간 중 뒷부분에서 많이 깨는 야제) 증상을 볼 수 있다.

◇치료= 양방에서는 야제에 대해 별다른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한의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야제 치료는 아이의 증상을 잘 판별, 비한의 경우는 소화기 문제를 해결하는 침뜸 치료, 추나 치료, 한약 치료를 시행한다. 심열로 변증되는 경우는 열을 내리는 치료를 침뜸 치료와 추나 치료, 한약 치료 등을 진행하게 된다. 아이가 구내염이나 중이염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경우는 해당 질환에 맞게 침뜸 치료와 추나, 한약치료를 하게 된다.

객오로 아이가 놀라서 잠을 못 자는 경우에는 자락술(刺絡 : 경혈에 피를 빼는 치료법)이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다른 원인으로 야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야제 증상이 가볍지 않는 이상 단 한 번의 치료로는 잘 낫지 않으며, 오랫동안 야제를 보인 경우는 해당 원인이 나아질 때까지 보통 10회 정도를 1 주기로 해서 반복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예방법= 원활한 소화를 위해서는 자기 전에 너무 많이 먹이고 재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생후 8개월이 지난 후라면 밤중 수유는 중단하는 게 좋으며, 평소 아이가 소화가 잘 안 되지 않아 밤에 잘 못 자는 경우 아기 배를 배꼽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마사지 해 주는 것이 좋다. 또 열이 많아서 잘 때 땀을 많이 흘리면서 밤에 잠을 자주 깨는 경우는 얇은 옷을 입히고, 특히 잠드는 초기 3시간 정도는 실내 온도를 좀 더 내려 시원하게 재웠다가 충분히 잠들면 실내온도를 다시 높여 새벽에 춥지 않게 재우는 것이 좋다. 중이염, 아토피, 비염, 축농증 등 다른 원인이 생기지 않도록 생활관리를 해 주고 만약 병에 걸리면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밤에 잠을 잘 못 자지 않도록 합병증을 막아주는 것도 중요하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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