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을 사로잡는 사냥꾼은 야생동물을 잘 알고 잘 다루었다. 가르토도 또한 그랬고 그는 서커스단의 동물 조련사보다도 야생동물들을 잘 다루었다.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왕인 사자도 가르토가 그 눈을 응시하면 고양이처럼 얌전해진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코끼리는 사자와 다르다. 육상 동물 중에서 가장 큰 코끼리는 평소에는 점잖지만 화가 나면 지옥의 악귀처럼 무섭게 날뛴다.

그 코끼리는 사흘전부터 입 안쪽에 있는 이 하나가 썩었고 잇몸이 곯아 피고름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이 날뛰고 있었다. 우리 안에 있는 사료 통을 짓밟아 버렸고 묶여 있는 말뚝을 뽑아버렸다. 우리의 철문까지 부셔버렸다.

사람도 그렇게 이가 아프면 견디지못하는데 코끼리는 어떻겠는가.

물론 그런 코끼리의 상처를 돌봐주는 의사는 없었다. 그건 목숨이 걸린 행위였으니까.

그러나 마드리드양은 겁도 없이 그 거대한 환자의 이빨을 뽑겠다고 나섰다. 어떻게 녀석의 이빨을 뽑겠다는 것일까.

믿는데가 있었다. 자기의 조수로 임명한 가르토였다. 가르토는 그런 코끼리를 많이 생포했는데 그런 그가 이빨을 뽑지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건 마드리드양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코끼리의 이빨을 뽑는 일은 코끼리를 죽이거나 사로잡는 일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마취제가 문제였다. 그 거대한 짐승을 마취시킬 만한 양의 마취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런던 시내에 있는 약국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그런 양을 구했다고 해도 그 양을 과다하게 쓰면 코끼리가 죽게 된다. 이빨을 뽑는다고 코끼리를 죽일 수는 없었다.

마드리드양은 가르토에게 의논했다. 가르토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마취를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어떻게 마취를 하지 않고 코끼리의 이빨을 뽑지."

성미가 급하고 무모한 것은 가르토도 마드리드양에 못지 않았다.

"그건 나에게 맡겨."

가르토는 대뜸 코끼리의 우리 속에 들어갔다.

코끼리가 입에서 피고름을 토해 내면서 울부짖고 있었다. 누구든 가까이 오면 죽이겠다고 설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판 벌려보자.

코끼리가 코를 휘둘렸고 가르토가 갖고 있던 로프를 던졌다. 가르토는 미국의 카우보이처럼 로프를 잘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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