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 순례길을 걷다

불교와 함께 해 온 수 천 년의 역사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많은 사찰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에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 유학 후 돌아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5대 적멸보궁(643-646년)은 설악산 등 명산에 안겨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산속에 있는 절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적멸보궁은 다른 법당과는 차이가 있다. 법당 내에 부처의 불상을 모시는 대신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봉안하고 있으며, 주변에는 사리탑이나 계단이 설치돼 있다.

`적멸보궁 순례길을 걷다`의 저자는 설악산 봉정암을 제외하면 대부분 턱밑까지 차량이 들어가는 현실과 달리 적멸(寂滅)을 찾아가는 길은 느릿느릿 걸어가야 제 맛이라고 믿으며 지난 2012년 길을 나섰고, 4년 후인 2016년 마침표를 찍었다.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중대,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는 강원도에 있는 적멸보궁이며 영축산 통도사는 경남 양산에 뚝 떨어져 있다. 이에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동해를 끼고 가는 2000리 여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책은 60-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옛길이 사라졌음을 아쉬워한다. 이에 사라진 푸서리 길을 불러내 다시 잇는 것은 물론 타박타박 걸어간 그 길이 1400년 역사의 길이며, 명산 순례이자 삼국유사의 현장답사이고 화랑순례길이라고 말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1장에서는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백담사와 오세암, 봉정암을 거치며 설악의 불교유적과 조선시대 설악 탐승기 등을 통해 설악산의 진면목을 깊게 들여다본다.

제2장은 백두대간 영로로 바닷가와 내륙을 잇던 유서 깊은 옛길, 박달령과 조침령, 구룡령 옛길 등에 담긴 선질꾼, 바꿈쟁이들의 애환과 거친 숨소리를 담고 있다.

또 제3장에서는 세조의 강원순행과 오대산 과거시험, 오대산 사고(史庫)와 사명당, 월정사와 탄허 스님, 그리고 6.25 전란 때의 일화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제4장은 월정사에서 법흥사로 가는 길 찾기 여정을 다루고 있다. 청심이가 못 넘은 모릿재 넘어 금당계곡으로, 이어 물골길과 먹골 백덕산 넘기 외에 걷기 이야기와 우리나라 구산선문 내력을 곁들였다.

제5장은 법흥사에서 정암사로 가는 길 찾기와 동강 관련 이야기, 운탄길에 묻힌 광부들의 꿈과 탄광역사, 강원랜드 탄생 비화, 매몰됐다 생환된 광부 이야기 등을 담아냈다. 이와 함께 삼국유사 속 불소와 못골, 자장율사의 마지막 장면 등도 포함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공군사격장으로 사라진 태백산 새길령 내뜨리 대신 예전처럼 천령을 넘어가야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태백산 천제단의 자취를 돌아보며 태백산 넘어 춘양 땅과 이어지는 외씨 버선길, 보부상길(금강소나무 숲길)을 따라 울진으로 가는 여정이 지역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채워졌다.

제7장은 울진에서 울산까지 해파랑길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울진, 영덕, 포항, 경주, 울산을 거쳐 간다. 울산에서 태화강을 따라 오르면 통도사에 닿는다. 통도사에서는 암자순례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박영문 기자

신용자 지음/ 문예당/ 364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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