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老人)을 뜻하는 `老`자는 머리를 풀어헤친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을 본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듬성해져 상투를 틀기 어렵다. 효(孝)는 그렇게 흩어진 백발을 한 노인을 자식이 업고 있는 형상이다.

한자의 모양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효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다. 노인을 떠받드는 게 효라고 단순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라는 지팡이로 겨우 몸을 가눌 수 있게 하는 건 노인을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태도다. 장애인 차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지으려는 인식이다. 장애인도 노인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생활하며 스킨십을 느끼는 게 수백만 원 짜리 안마의자를 선물하고 해외여행을 보내드리는 것보다 그들을 행복하게 한다.

예기(禮記) 곡례(曲禮)편은 효의 기본인 혼정신성(昏定晨省)을 논한다. "무릇 사람의 자식으로서 예는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드리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해 드리며, 저녁에는 잠자리를 정돈해 드리고 새벽에는 문안 인사를 드리며, 형제끼리 다투지 않는다." 이중 두번째와 세번째는 부모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행위고 두번째가 효의 핵심이라 생각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효를 `자녀가 부모에게 경애의 감정에 토대를 두고 행하는 행위`라고 요약했다. 공자는 효의 본유 관념으로서 공경심을 강조했다. 행동(奉)뿐만 아니라 마음(敬)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 매일 문안을 드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상황이 허락하는 한 성심껏 찾아뵙자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구글은 효를 `Filial piety`로 번역한다. `자식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정도로 해석되는데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단어라고 한다. 효는 동양의 독특한 문화다. 대전시는 이런 효 문화를 장려해 국가 브랜드화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국 최초로 효 체험교육·연구기관인 효문화진흥원의 문을 열었다. 진흥원은 효문화 진흥정책 연구를 활성화하고 효문화 체험·교육을 운영한다. `효문화 중심도시 대전`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도 몇 가지 구상 중이다. 바라건대 지팡이(奉)보다 혼정신성(昏定晨省)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진흥원이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소통과 화합의 취지를 잘 살려 `더불어 사는 행복한 세상`이란 목표를 반드시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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