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경쟁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다. 상징적인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거의 매일 이 두 단어와 함께 살아간다. 돈과 경쟁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노출되는 것이기도 하다. 돈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과 정보가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고, 경쟁은 거의 모든 조직에서 우리를 강제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돈과 경쟁적 가치관을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돈과 경쟁은 나쁜 것이 아니다. 돈은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주고, 우리는 경쟁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돈과 경쟁의 가치가 다른 가치들을 모두 무력화시켰을 때다. 돈과 경쟁이 무의식적으로 활성화 되었을 때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은 달라진다. 보스(Vohs) 등의 연구자들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돈에 대한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하려는 욕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혼자 놀고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한 선호는 증가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더 많은 물리적 거리를 두려고 한다. 또한 자신이 어려울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도와주지 않는다. 따라서 돈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부담스러워 하고, 혼자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고,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관계의 단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런 사회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경쟁도 마찬가지다. 다만 경쟁은 보다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망가뜨릴 뿐이다. 케이(Kay) 등의 연구자들이 실험사회심리학저널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경쟁에 대한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면 사람들은 상대를 믿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나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불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불신은 사람들의 관계를 단절시킬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적대감은 쉽게 상대방에 대한 공격행동으로 이어진다.

행복에 대한 수많은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하고 있는 것은 행복은 관계에서 온다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가 행복을 만드는 핵심요소인 것이다. 하지만 돈은 고립을 유도하고 경쟁은 불신을 야기한다. 돈이 많은 사람이 쓸쓸해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고도 초조해하는 이유다. 따라서 돈과 경쟁이라는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의 미래는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떤 생각을 주로 하면서 사느냐에 따라 우리는 악마가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다. 나의 생각과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이 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고립된 개인들이 서로를 불신하면서 사는 사회가 될 수도 있고, 신뢰 속에서 행복하고 다양한 인간관계가 지속되는 사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생각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경쟁과 돈의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람은 쉽게 포기하고, 쉽게 미워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가 발붙이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은 경쟁의 대상일 뿐,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돈과 경쟁이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집어삼키는 세상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가 살아있는 곳에서 사람은 쉽게 포기할 수 없고, 쉽게 미워할 수도 없는 존재가 된다. 사람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세상이 따뜻한 이유다. 그리고 행복은 이런 따뜻한 세상에서 자라나는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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