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대전 중구 대흥동 상상아트홀에서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먹고 사는` 이야기를 펼치는 장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대전 원도심 근대문화예술특구 지정을 앞두고 열린 것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 문화예술정책 실현 방안 등 심도 있는 토론이 오갔다.

근대문화예술특구 지정에 대한 기대는 양분됐다. 원도심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데, 특구로 지정되어도 현재와 별다를 게 없다는 회의론적 시각과 전북 전주시 등의 사례로 놓을 수만은 없는 기대감이다.

이야기는 `원도심 활성화`와 `문화예술인의 자생`의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들이 `자생`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하나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인으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자생의 꽃을 피우면 활성화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활성화 정책을 시행해도 문화예술의 자생으로 이어질까에 대해선 의문이다. 자생이 되기 위해선 먼저 사람들이 와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야 한다. 젊은 예술인, 오랫동안 원도심에서 활동해 온 기성 예술인 등이 시대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모인 문화예술인 중 20-30대의 젊은 문화예술인은 2명에 불과했다. 홍보가 덜 됐는지, 관심이 적어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 10년 간 원도심 문화예술의 부흥을 이끌었던 젊은 문화예술인들은 대전 동구 대동 등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가고 대흥동 일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적 콘텐츠와 유의미했던 공간들이 사라졌다. 대흥동립만세라는 중구 마을 축제가 있다. 현재는 시들해졌지만 2008년에 시작해 불과 몇 년 전까지 지역 대표 문화예술인의 자생 축제로 호응을 얻었던 축제다. 젊은 문화예술가 몇 몇이 쇠락해가는 대흥동을 재미난 동네로 만들어보고자 기획한 축제였다. 그러나 현재는 플리마켓 등으로 쪼그라들었고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대흥동립만세가 관심에서 멀어진 만큼 원도심도 그만큼 침체됐다. 모이니 축제가 됐고, 자생의 붐이 일었고 활성화로 이어졌다.

간담회 다음 날 대전 동구 중앙동 일원, 중구 은행·선화동, 대흥동 일대 구간은 중소기업청의 대전근대문화예술특구로 확정됐다. 근대문화예술특구 지정이 다시 원도심 부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인적 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원도심 활성화의 지속성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시는 원도심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을 지역 문화예술인과 함께 해야 한다. 제2의 대흥동립만세가 열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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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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