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동물원의 신임 야생동물 전문의사 마드리드양은 신속하게 일을 시작했다. 부임 다음날에 동물원 안에 야생동물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진료소를 설치했다. 그리고 맨 먼저 한 일은 동물원에 동물사료를 공급하는 업자를 자르는 일이었다. 그 업자는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음식을 헐값으로 구입하여 동물원에 공급하고 있었는데 신임 수의사 마드리드양은 그가 공급한 정어리의 냄새를 맡아보더니 그의 계약을 파괴했다.

"내가 여기서 할 일은 병든 짐승들의 병을 고치는 일이지만 그보다 더 그 동물들이 썩은 고기를 먹고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마드리드양은 그렇게 선언하고 새로운 사료업자를 공모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시켰다.

그녀가 다음에 한 일은 진료소에서 자기를 도와줄 조수를 임명하는 일이었다.

그녀가 임명한 야생동물수의사의 조수는 믿음직스러운 인물이었으며 동물원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알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리카드 가르토였는데 스페인게의 사냥꾼이었다. 그러나 보통 사냥꾼이 아니었다. 그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들을 사로잡아 세계 각 동물원에 공급하는 사람이었다.

야생동물이란 본디가 사나웠으며 총으로 쏘아 죽여서 잡는 일도 어려웠는데 어떻게 그들을 사로잡는 것일까.

그 스페인 사냥꾼은 본디가 모험을 좋아하는 인물이었기에 그 일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중간 키에 근육에 둘둘 말려 있는 그의 몸에는 무수한 상처가 있었다. 야생동물의 이빨과 발톱이 남겨준 상처였으며 그중에는 목숨에 관계될 만한 큰 상처들도 있었다.

마드리드양은 그의 승낙도 받지 않고 그를 자기의 조수로 임명한 다음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겠다는 것일까. 그렇게 유명하고 거친 사나이를 어떻게 자기의 조수로 삼겠다는 것일까.

놀라운 일이었다. 마드리드양의 전화를 받은 가르토는 즉각 달려왔다. 그리고 조수가 되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보수도 얼마 안 되는 직무였는데 가르토가 왜 사인을 했을까.

그럴만 했다. 가르토는 마드리드양의 남자친구였다. 5년 전부터 사귄 애인이었다. 모험을 좋아하고 진취적이고 성미가 급한 점등 그들은 공통점을 많이 갖고 있었다.

가르토는 마드리드양의 조수가 된 그날 바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절대로 못하는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환자는 아프리카산의 코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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