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갈등과 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역사학자 윌리암 듀란트는 "역사에 기록된 3421년 중 전쟁이 없었던 해는 268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인 경제평화 연구소(IEP)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으로 연 13조 60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가 매일 5달러를 갈등과 분쟁 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도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는 기술이 고도화되고, 비즈니스 권리 관계가 복잡해지며 지재권 분쟁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지재권 침해 분쟁부터 직무 발명 보상 분쟁, 지재권 실시 계약 분쟁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한다.

지재권 분야는 전문적·기술적인 판단이 필요한 분야로 잘잘못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분쟁이 발생하면 쉽게 해결되기 어렵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분쟁 해결에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삼성-애플 간의 지재권 소송은 변호사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하고, 무려 6년간이나 소송이 이어져왔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소송만이 능사일까? 지재권 분쟁이 커지기 전에 대화와 소통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산업재산권 분쟁 조정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지재권 분야의 대표적인 대체적 분쟁 해결 제도로써, 분쟁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특허·상표·디자인 등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분쟁조정 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한 후 조정안을 권고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제도다. 조정이 성립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한다.

화재가 나도 초기에 진화하면 피해가 적듯이 분쟁 조정 제도를 활용하면 시간·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소송은 몇 년씩 걸릴 수 있으나, 조정 절차는 보통 2-3개월 내 마무리된다. 소송은 수억에서 수백억 원의 법률 비용이 수반되나, 조정 제도는 정부 예산으로 운영돼 비용도 무료다.

특허청은 검찰·경찰과 협력해 산업재산권 소송 사건이 조정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별도의 사무국을 개소해 조정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과거 연간 2-3건에 불과했던 조정 신청 건수가 2016년에는 47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올해도 4월까지의 신청 건수가 22건에 이른다. 앞으로도 조정 위원을 확대·보강하고, 1인 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정 전문성과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

링컨은 "고객에게 소송보다 양보를 하도록 설득해야 하고, 소송에서의 승자가 되도 실제는 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재권 분쟁이 소송까지 가면 서로 피해가 크다. 분쟁 조정 제도를 활용해 둘 다 승리하는 윈윈 전략을 선택하길 바란다. 아무리 나쁜 화해라도 좋은 판결보다는 나은 법이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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