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영화는 다른 예술장르와는 달리 그 탄생을 알리는 기념일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는 매체이다. 1895년 12월 28일 파리 그랑카페 인디언 살롱에서 `뤼미에르 형제`는 약 10편에 이르는 동영상 촬영물을 공개했다. 영화는 이날을 공식적인 탄생 기념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른 면이 있다. 이미 1년에서 2년에 앞서서 독일의 `스클라다노프스키 형제`와 미국의 `에디슨`, 영국의 `R. W. 폴` 등이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 앞서 `움직이는 사진`에 대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선을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사 100년을 넘어서면서 어떻게 뤼미에르 형제는 이런 쟁쟁한 발명가들을 제치고 영화 탄생의 주역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이를 일반 대중을 향한 문화적 관람 형태를 통해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뤼미에르 형제가 어떤 선각자적인 면모를 발휘하여 그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들은 자신들이 발명한 촬영영사 장치를 단순히 `움직이는 사진`을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처음부터 대중을 향한 `호소`와 `교감`의 `장`에서 `영화`라는 새로운 `문화`로 제시하는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화를 단순히 동영상 촬영기와 영사기의 발명 정도로만 치부를 했다면 당연히 뤼미에르 형제는 발명의 후발주자로서 역사의 한 구석 정도에 기록 되어 잊히고 말았겠지만, 그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이라는 방식으로 영화를 이 세상에 소개하며 탄생의 주역이 된 것이다. 영화는 그 뒤에 연이은 여러 기술적 진보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많은 이들이 함께 보고 느끼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문화적 행태의 틀을 유지하고 있는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즉, 영화는 단순히 본다라는 행위로서만 설명되어지는 존재가 아닌 교감과 소통의 커뮤니케이션이 담겨 있고 이루어지는 사회 문화적 차원의 존재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영화계는 대형 극장체인의 독과점으로 대표되는 과도화된 상업화의 여파로 사회 문화적으로 영화 본래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에 심각한 장애 현상을 앓고 있다. 그중 특히, 대전은 이러한 측면에서 좀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이 지면과의 만남을 통해 인구 150만의 메가시티 대전의 영화가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수면 아래에 실상을 들여다보고 미약하나마 영화가 진정한 사회문화적 매체로서 지역에서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해 본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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