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부임한 수의사 마드리드양은 그런 동물은 처음 봤고 그런 동물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

그러나 마드리드양은 성미가 진취적이고 대담한 아가씨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할 때 실시된 실습에서 자궁이 밖으로 빠져 나온 소를 치료하는 것을 배운 일이 있었다.

"됐어. 무얼 겁낼 것인가. 해보는 거야."

마드리드양은 윗옷을 벗어던지고 피바다가 되어있는 우리안으로 들어갔다.마드리드양은 그리고 아직도 거기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마스영감과 사육사들에게 수술에 방해가 되니 빨리 나가라고 질타했다.

그때 마드리드양에게는 자궁이 빠져 나온 에란드를 수술할 기구나 약이 없었으나 그녀는 수술을 감행했다.

사실은 자궁이 몸 밖으로 빠져 나오는 일은 일반가축들에게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건 곁 보기는 처참했으나 치료가 되지 않는 병은 아니었다. 문제는 소독이었다.

마드리드양은 큰 냄비에 물을 펄펄 끓이게 하여 큰 타월을 그 물로 소독하면서 오물과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에란드의 몸을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그리고 소독제를 환부에 바르면서 손으로 빠져 나온 자궁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자궁을 밀어넣었으나 밀어넣는 팔의 길이가 짧아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맥주병을 갖고 오게 하여 그걸로 자궁을 밀어넣었다. 에란드의 자궁은 어지간히 안으로 밀려 들어가자 그 스스로가 원상복구를 하는 힘으로 주르륵 원위치로 들어갔다.

그러자 죽은 듯이 누워 있던 에란드의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마드리드양은 그렇게 몸을 주물러주는 것이 치료법이 되는지 아닌지를 몰랐으나 소생하려는 환자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용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하면 주물러 주는 사람의 힘과 정기가 에란드에게 옮겨질 것이 아니겠는가.

마드리드양의 그런 시술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으나 그녀는 그저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감행했다. 그리고 그게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살아났다. 에란드가 살아났다."

에란드가 일어선 것을 본 동물원 원장과 사육사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면서 기뻐했다.

동물원 원장은 그 신출내기 야생동물 전문의사의 몸을 포옹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했다.

마드리드양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빈정되는 태도를 보였던 마스 영감과 사육사들도 마드리드양의 시술이 성공한 것을 보고 그 태도를 바꿨다.

"역시 야생동물 전문의사는 우리들과는 다른 사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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