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실제는 교과별 특성화된 교육환경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수준별·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없습니다. 왜 그런 이상한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남녀공학에서 여학생이 체육복을 복도에서 갈아입는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하던 중 해당 학교 교감으로부터 돌아온 얘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보는 곧 사실로 드러났다. 실제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의 증언은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문제가 없다던 대전지역 A 학교 교감은 아이들의 증언에 얼굴이 붉어지며, 머리를 긁어댔다. 그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노력하겠다"며 해명하기 바빴다.

선진형 교육시스템으로 평가받는 교과교실제의 감춰진 문제점이 지역 학교에서 속속 드러났다. 교육당국이 교과교실제에 대한 올 연말 평가를 거쳐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시행 7년이 지나도록 이 제도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키운다.

교과교실제는 교사들이 각 학급을 찾아 수업하던 종전의 방식과는 달리, 특성화된 교실환경을 마련해 학생들이 과목별로 전용교실을 찾아 이동하면서 수업을 듣는 방식을 말한다. 수학교실·영어교실·컴퓨터교실·과학교실 등에 터치스크린, 컴퓨터, 실험도구, 토론 테이블 등 수업에 필요한 최첨단 기자재가 구축돼있다. 교과교실제 운영학교에는 매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운영비도 제공된다. 대전지역 중·고등학교 19개교가, 전국에는 무려 779개 학교가 이 제도를 시행중이다. 교과교실제는 학생 능력과 교과 특성을 반영한 수준별·맞춤형 수업이 가능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수업을 듣기 위해 교실을 찾아 다녀야 한다는 점은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이다. 이러한 불만은 교과교실제에 대한 적응이 끝나지 않은 저학년 학생들이 더 크다. 적응이 덜 끝난 아이들에게는 단계별로 하나씩 늘려나가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아무리 좋은 교습방법이라 해도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특히 오너에 대한 책임감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취재를 하면서 "교장의 경영의지가 있다면 교과교실제는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이 맴돈다. 그만큼 지역 학교장들이 교과교실제 운영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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