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대졸 실업자가 50만 명이 넘었다고 통계청이 며칠 전 발표했다. 이렇게 취업하기가 어려운 현실과는 달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실시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에서는 신입사원의 27.7%가 입사 1년 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 방송국의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나름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 이유 없는 야근, 사무실에서의 경직된 조직문화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조직문화는 그 조직 구성원들의 가치관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행동을 구속하기도 한다. 또한 오랫동안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에 의해 변화되기도 한다. 행동과 판단의 기준, 일하는 방식과 습관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직문화는 기업의 무형자산이지만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장애요인으로 바뀔 수 도 있다.

회의문화, 보고·결재 방식, 불필요한 업무생산, 회식문화, 야근문화 등 일하는 방식부터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 모두가 그 기업의 독특한 조직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의 거대한 에너지 회사인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한 순간에 망하게 된 사례는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나쁜 조직문화의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반면,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포스트잇이 처음엔 3M의 실패한 발명품이었지만 상품화된 것은 유연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러면 바람직한 조직문화라 함은 어떤 것일까? 워낙 광범위하여 정의하기 쉽지 않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직원들에게 명확한 역할과 책임은 물론 충분한 자율권을 줘서 그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 둘째,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을 장려하고,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상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여야 한다. 셋째, 성과를 내는 데 방해가 되는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하도록 한다. 생색내기 업무, 지나친 음주회식문화, 폭언 등 불편한 감정 표현은 자제되어야 한다. 넷째, 구성원들과 경영진의 높은 신뢰와 수평적 조직문화, 업무에 대한 자부심,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조직분위기가 필요하다. 특히 신뢰가 높은 조직문화에서는 서로를 믿고 배려하기 때문에 협력과 협업이 활성화되고, 어떠한 변화에 대해서도 구성원들은 능동적으로 이를 수용하게 된다고 한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엄청난 변화를 순식간에 몰고 오게 될 것이다. 사람과 기술,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어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새로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미리 구축해 놓아야 할 것이다.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과 유능한 인재도 그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문화가 경쟁력이다. 강우규 K-water 인재개발원장·경영학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