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서전을 쓰려는 것이 아니다. 오직 나의 수많은 진리실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뿐이다."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로 숭상받는 간디가 쓴 자서전의 한 구절이다.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간디자서전은 1925년부터 간디가 `나자지반`이라는 잡지에 4년간 쓴 기록물을 엮어 만들었다. 간디는 잡지 기고 시작 때부터 글을 자서전으로 규정했다. 간디는 자서전을 쓰는 태도로 "내 모든 실수와 잘못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싶다. 내 목적은 내 실험을 진리파지의 과학에 의해 서술하자는 것이지 내가 어떻게 잘했느냐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 자신을 판단함에서 나는 진리 자체같이 엄격해야 하는 것이며, 또 다른 사람들도 그렇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정치인도 간디처럼 자서전에 본인의 진리실험 이야기를 담았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로도 공식 등록한 그 정치인의 자서전 제목은 "나 돌아가고 싶다." 책에서 그 정치인은 친구들과 감행한 돼지흥분제 실험을 고백했다. 자서전 출판이 모든 실수와 잘못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고 싶었던 목적이라면 그는 대성공했다. 다만 여론의 십자포화를 비켜가지 못했을 뿐. 그래도 절판된 책이 최근 품귀현상을 빚어 중고본 가격이 원래 가격의 10배 이상 올랐다니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양으로 승부한 정치인 자서전도 있다. `전두환 회고록`이다. 각 권 600쪽이 넘는 책들로 장장 세 권이나 나왔다. 권당 2만 원이 넘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4월 대형서점의 정치사회분야 베스트셀러 집계 1위에 올랐다. 그의 아내 이순자도 남편의 회고록을 만든 출판사에서 자서전을 내 놓았다. 이순자 자서전 제목은 "당신은 외롭지 않다." 부부의 자서전을 앞다퉈 제작해 판매한 출판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장남의 소유이다. 정말 외로울 수 없는 `가족들`이다.

이쯤 하면 자서전의 한자어를 바꿔야 한다. 자신 생애를 순서대로 쓴 자서전(自敍傳)이 아닌 스스로를 용서한 책(自恕傳)으로. 셀프 용서로 점철된 자서전들을 받아들이기에 우리 4월과 5월은 너무 아프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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